설계·소부장·제조 잇는 산업 가치사슬 완성,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대
[이코노미세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인 경기도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또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벨트로 평가받는 경기 남부권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경기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지원 조례안'이 경기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산업 육성과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제도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조례는 단순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 정책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을 둘러싸고 수도권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자체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은 상징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갖춘 결정으로 평가된다.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이제영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은 최근 열린 제391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에 따라 조례는 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될 예정이며, 향후 경기도 반도체 정책의 기본 틀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경기도는 성남의 팹리스 산업을 중심으로 용인과 평택의 첨단 생산시설, 화성과 안산, 오산의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하나의 산업벨트를 이루고 있다. 국내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의 핵심 기능이 집중된 지역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장 경쟁력이 높은 클러스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산업 규모에 비해 기반시설 확충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었다. 첨단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 폐수처리시설이 동시에 갖춰져야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지만 관련 인프라 구축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행정 절차도 복잡하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 많은 만큼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돼 왔다.
이번 조례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도지사가 전력망과 용수 공급시설, 폐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조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기업들이 생산시설 확장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해 온 인프라 문제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또 다른 핵심 경쟁력인 전문인력 양성도 조례의 중요한 축이다.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업들은 생산시설보다 숙련된 인재 확보를 더욱 어려운 과제로 꼽고 있다.
조례는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하고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특히 미취업 청년과 기업을 연계하는 채용 지원을 통해 청년 일자리 확대와 기업 인력난 해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단순한 취업 지원사업이 아니라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고 지역 기업이 채용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번 조례가 인력 수급 안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메가 클러스터의 가장 큰 강점은 산업의 전 과정이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성남 판교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팹리스 기업과 정보기술 기업들이 집적돼 있으며, 용인과 평택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구축되고 있다. 화성과 안산, 오산에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연구개발부터 설계, 생산, 장비 공급까지 하나의 가치사슬이 완성되는 구조다.
이러한 산업 집적은 기업 간 협력과 기술 이전, 물류비 절감, 인력 이동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들도 대부분 특정 지역에 산업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이유다.
이제영 위원장은 "반도체 산업은 집적의 경제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며 "지역 안배 논리로 산업 거점을 분산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의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을 둘러싸고 수도권 지원 제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기도를 비롯한 31개 시군은 공동 대응에 나선 상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가 위치한 경기도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가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조례 통과는 이러한 논란 속에서 경기도가 자체적인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중앙정부 정책 변화와 관계없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산업 경쟁력을 지켜내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례는 이러한 산업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첫 번째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조례 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재정 투자와 정부 협력, 기업 참여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례는 경기도가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라는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대한민국 첨단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성공 여부는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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