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달빛어린이병원’ 37곳을 운영하며 대한민국 소아 야간·휴일 진료 체계를 사실상 선도하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전국 130개 달빛어린이병원 중 28%가 경기도에 몰려 있으며, 올해 상반기만 61만 7천 건의 진료 실적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밤에 아이가 아프면 병원을 찾기 어렵다’는 부모들의 공포를 덜어내는 실질적 기반이 구축됐음을 보여준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사업으로, 평일 밤 11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저녁 6시까지 외래 진료를 제공한다. 부모들이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시간, 특히 야간과 휴일의 진료 공백을 메우는 역할이다. 경기도는 이 사업을 사실상 전국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2021년 5곳이던 달빛어린이병원은 2025년 37곳으로 늘어 6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지정 확대뿐 아니라 운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직접 지원을 확대했고, 실제 상반기의 진료 건수가 60만 건을 넘어서며 ‘이용률로 검증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도의 소아 진료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수량 확대를 넘어 ‘중증-경증 역할 분담’이라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경기도는 분당차병원·아주대병원·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을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달빛어린이병원과 취약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을 경증 소아환자 진료 중심으로 배치했다. 이 연계 시스템을 통해 중증소아환자는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경증 환자는 야간·휴일에도 외래 진료가 가능해졌다.
이는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한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특별법’의 취지와도 정확히 맞물린다. 경기도가 단일 지역 차원에서 이 법의 이상적인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도는 단순 개수 확대에 그치지 않고 운영 품질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반기별 점검을 실시해왔다. 운영시간 준수 여부, 의료 접근성, 지역 편중 문제 등 다양한 지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특히 운영시간 확대를 적극적으로 독려해 사업비 지원 대상이 23개소에서 2025년 28개소로 늘었고, 51시간 이상 운영하는 기관은 기존 1곳에서 내년 6곳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단지 자리를 채운 병원 수’가 아니라 ‘실제로 진료 공백을 해소하는 병원’을 만들어내려는 정책 방향의 결과다.
경기도는 보건복지부에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성과평가를 공식적으로 건의하기도 했다. 이는 전국 단위 표준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평가체계 구축을 요구한 것으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정책을 선도하는 드문 사례다.
이어 경기도는 달빛어린이병원의 지역 편중 문제도 해결하고자 시군 단위로 지정을 확대해왔다. 미지정 지역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참여를 독려했으며, 11월 추가 공모를 통해 신규 지역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달빛어린이병원 요건 충족이 어려운 소규모 병·의원을 대상으로 ‘취약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육성사업’을 운영해 ‘소아 야간진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다. 이 육성사업을 통해 운영 중인 11개 기관 중 1개 기관은 올해 9월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전환됐는데, 이는 자체 육성, 달빛어린이병원 편입이라는 단계적 진료체계 확립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유모 경기도 응급의료과장은 달빛어린이병원의 의미를 ‘단순 야간진료기관’을 넘어선 ‘필수의료의 핵심 기반’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달빛어린이병원은 도민이 거주 지역에서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적 기반”이라며, 운영시간 확대·취약지 지원·운영 모니터링 등 정책적 보완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안심하고 아이를 진료받을 수 있는 체계를 완성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장 의료진은 경증 소아환자가 야간에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응급실의 중증환자 대응 능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 전문의는 “야간에 소아 발열이나 가벼운 호흡기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 환자들이 달빛어린이병원으로 분산되면서 중증 환자 대응 시간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용인에 거주하는 한 보호자는 “밤 10시가 넘어 아이가 갑자기 귀가 아프다고 울어 어디 가야 하나 당황했는데, 가까운 달빛어린이병원에서 바로 진료받을 수 있었다”며 “이 시스템 없었으면 무조건 응급실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도 모델의 전국 확산을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아과 인력 부족 문제,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 차이, △도심 vs 농촌 편중 문제 등이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기도 모델’을 전국적 표준으로 확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경기도의 달빛어린이병원 시스템은 필수의료 체계 붕괴 우려가 커지는 전국적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답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야간·휴일 진료라는 기본적 수요를 해결하며 응급실 혼잡을 완화하고, 중증환자 집중 진료를 가능하게 한 ‘구조적 승리’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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