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기록적인 폭염과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가 대한민국 농업의 생산 기반을 흔들고 있다. 농민들이 오랜 세월 축적해 온 경험과 영농기술만으로는 안정적인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농업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의 생육 불안정과 품질 저하는 농가소득 감소는 물론 지역경제와 국민 먹거리의 안정성까지 위협하는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안성시도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농업이 지역경제의 중요한 기반을 이루는 안성에서는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농촌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벼 수매 현장을 방문한 소회를 전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정책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시장은 기록적인 폭염을 견뎌낸 농민들의 노고를 격려하면서 기존의 영농방식과 농업정책이 달라진 기후환경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시장은 "기후가 달라졌다면 농업정책도 달라져야 합니다"라며 기후변화에 따른 부담을 농민 개인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기후위기를 일시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아닌 농업 생산체계 전반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농업 현장에서 나타나는 생산성 저하와 영농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가을 수확철 벼 수매 현장은 한 해 농사의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다. 농민들에게 수매는 단순히 생산한 쌀을 판매하는 과정이 아니라 지난 수개월 동안 투입한 노동과 비용, 그리고 농가의 한 해 소득이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올해 수매 현장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예년과 다를 수밖에 없다. 기록적인 폭염과 불규칙한 기상 여건이 벼 생육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확량과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수매 현장을 방문한 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견뎌낸 벼들이 수매장에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한 해 동안 정성껏 농사지은 농민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벼 한 톨도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에는 농민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와 함께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 현장의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특히 김 시장은 올해 벼의 재현율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다는 현장 상황을 언급했다. 재현율은 벼를 도정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쌀의 비율과 관련된 지표로, 수확한 벼의 실질적인 상품성과 경제적 가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재현율이 낮아지면 같은 양의 벼를 수확하더라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 쌀의 양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농가의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쌀 가공·유통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김 시장은 이러한 현상이 안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재현율 하락 폭이나 지역별 비교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수확량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온과 불규칙한 강수, 급격한 기온 변화는 벼의 생육 과정과 품질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생산량 확보와 품질 유지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농가 경영의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생산비 상승과 노동력 부족 등 기존의 구조적 어려움까지 겹칠 경우 농촌경제의 부담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랫동안 유지돼 온 영농 일정과 재배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농민들은 지역의 기후와 토양, 계절 변화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모내기 시기와 물 관리, 병해충 방제, 수확 시기를 결정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오랜 시간 농촌 현장에서 축적된 중요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후환경의 변화는 기존의 경험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김 시장은 "더 큰 문제는 오랜 경험으로 축적해 온 영농기술과 농사 일정이 이제는 달라진 기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제 모내기를 하고, 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언제 수확해야 할지. 농민들이 평생 쌓아온 경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정책이 단순한 피해 복구나 일시적인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존 영농체계는 일정한 계절 변화와 비교적 예측 가능한 기상환경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폭염이 장기화하거나 강수 양상이 달라지면 모내기와 수확 시기, 농업용수 공급 방식, 병해충 관리 등 농업 생산 과정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벼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온이 지속되면 생육과 품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시기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농경지 침수와 농작물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려면 농민 개인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상정보와 재배기술, 지역별 생육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과학적 영농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농업기술 지도기관이 변화하는 기후환경을 반영해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농민들이 새로운 영농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장 교육과 기술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 경쟁력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상환경이 달라지더라도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대응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농업은 농민 개인의 생계수단을 넘어 지역경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안성과 같이 농업이 지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역에서는 농업 생산의 안정성이 지역경제의 활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벼 생산량이나 품질이 떨어지면 농가소득이 감소할 수 있고, 이러한 변화는 농자재 구매와 농업 관련 서비스, 지역 상권의 소비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농업 생산의 불안정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지역 농산물의 유통과 가공산업에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위기를 농촌 내부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농업은 생산부터 저장, 가공,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활동과 연결돼 있다. 생산단계에서 발생한 문제가 유통비용이나 공급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면 그 부담은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
김 시장 역시 기후위기가 농민들의 소득과 국민의 밥상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농민들의 소득과 우리 밥상의 문제로 이미 다가왔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인식은 농업정책을 단순한 생산 지원정책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식량안보, 시민 생활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
농업 생산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농업의 기후 적응 능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장기적인 지역경제 전략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농가가 안정적으로 생산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품종과 재배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 시장은 기후변화에 맞는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 영농 일정의 재정비, 농업기술 지도체계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제 농업도 달라져야 한다. 변화하는 기후에 맞는 품종과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영농 일정과 농업기술 지도도 새롭게 정비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농업 현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기술 보급, 행정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지역별 기후 특성을 고려한 품종 선택과 재배기술의 개선이 필요하다. 고온에 대한 적응성이 높은 품종을 검토하고, 변화하는 강수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물 관리 기술을 보급하는 등 생산현장의 위험을 줄이는 노력이 요구된다.
농업기술 지도 역시 기존의 관행적인 영농 일정 안내에서 벗어나 실제 기상환경과 작물의 생육 상태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농민들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기술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도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은 특정 농가나 개별 지역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농업 연구개발과 지방정부의 현장 지원, 농업 관련 기관의 기술 보급이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안성시 차원에서도 지역 농업의 특성을 반영한 기후 적응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김 시장의 발언에는 개별 사업의 예산이나 추진 일정, 품종 개발계획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향후 시가 어떤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농업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농업 피해는 개별 농민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농민들은 변화하는 기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재배방식을 바꾸고 생산시설을 개선해야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는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영농 규모가 작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여력이 부족한 농가에서는 기후 적응을 위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김 시장은 이와 관련해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부담을 농민 개인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정책이 농민의 책임과 자구노력만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농민들이 새로운 영농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과 교육, 관련 정보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후 지원뿐 아니라 사전 예방 중심의 정책체계도 중요하다.
기상위험을 조기에 파악하고 농업 현장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농민들이 영농계획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역별 농업환경과 작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농민들이 체감하는 기후변화의 영향과 기존 지원제도의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안성시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정책을 더욱 세심하게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지방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농업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는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재정투입 계획으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기후변화는 농업의 생산방식뿐 아니라 농촌의 지속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과제다. 기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농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안정적인 영농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성시가 기후위기 대응 농업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지역 농업의 기후 취약성을 파악하고, 주요 작물별로 어떤 위험이 발생하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민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현장 의견 수렴과 기술지원체계 강화가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농업 생산의 안정성을 높이는 정책과 농가소득을 보호하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특히 농업의 기후 적응 능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농가별 기술 활용 능력과 경제적 여건의 차이가 새로운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농업정책의 성과 역시 단순한 사업 시행 건수나 예산 집행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농민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얼마나 줄였는지, 생산과 소득의 안정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새로운 재배기술이 실제 영농 현장에 얼마나 확산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김 시장이 제시한 농업정책 전환의 방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장 중심의 평가와 지속적인 정책 보완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위기를 농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불가피한 위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정책은 농민들의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보장하는 동시에 지역경제와 국민 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공공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수매 현장에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농민들에게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고 수확의 결실을 맺으신 농민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폭염 속에서도 농토를 지켜온 농민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는 이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농업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후가 달라졌다면 농업정책도 달라져야 한다는 김 시장의 메시지는 안성농업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직면한 우리 농업 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를 보여준다.
앞으로 안성시가 농업 현장의 어려움을 얼마나 구체적인 정책으로 연결하고,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기후위기 시대 지역 농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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