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발생 후 적발’보다 사전 예방, 공직사회 신뢰 회복에 방점
[이코노미세계] 지방행정에서 ‘청렴’은 더 이상 선언적 구호에 머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시민들이 지방정부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업을 추진했는지에서 벗어나 예산을 얼마나 투명하게 집행했는지, 인사와 계약 과정은 공정했는지, 행정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로 확대되고 있다.
김원기 의정부시장이 반부패·청렴 정책을 직접 챙기고 나선 배경도 이 같은 행정 환경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김 시장은 최근 반부패·청렴 특별추진단 회의를 주재하고 시정 전반의 청렴 수준을 높이기 위한 내부 점검에 나섰다. 특히 계약과 인사, 보조금 집행 등 시민의 세금과 행정의 공정성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분야를 점검 대상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문제가 발생한 뒤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구조와 관행을 사전에 찾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데 이번 논의의 무게가 실려 있다.
김 시장은 회의의 출발점을 ‘시민의 신뢰’에 뒀다. 이번 회의가 시민이 시정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행정 스스로를 먼저 들여다보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렴은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갔던 일이 없었는지, 계약과 인사, 보조금 집행 과정에 허술한 틈은 없었는지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제도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다. 공직사회의 부패 방지 정책은 통상 법령과 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기 쉽다. 그러나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오랫동안 반복돼 온 업무 방식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시장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가던 일은 없었는지”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청렴의 기준을 단순한 ‘법규 위반 방지’에서 ‘시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으로 확대하려는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행정의 신뢰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했는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는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행정이 작동할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했는지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지방정부는 시민 생활과 밀접한 각종 인허가와 계약, 지원사업 등을 수행한다. 행정 과정에서 시민이 공정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의정부시가 추진하려는 청렴행정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공직자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하기보다 업무 절차 자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김 시장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분야는 계약과 인사, 보조금 집행이다. 세 분야 모두 행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영역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계약은 시민의 세금이 실제 사업으로 집행되는 과정과 연결된다. 계약 대상 선정에서부터 사업 추진, 예산 집행에 이르기까지 절차와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인사 역시 공직사회 내부의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분야다. 조직 구성원들이 인사 기준을 신뢰하지 못하면 조직의 사기뿐 아니라 행정의 효율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예측 가능한 원칙과 기준이 작동한다면 조직 내부의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보조금 역시 마찬가지다. 지방정부의 보조사업은 시민과 각종 단체, 지역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인 만큼 선정과 집행, 관리 과정의 투명성이 요구된다.
김 시장이 이들 분야에 “허술한 틈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고 한 것은 문제가 발생한 특정 사안을 지목했다기보다는 행정 시스템 자체에 취약한 부분이 없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번 반부패·청렴 정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예방’이다. 김 시장은 “적발보다 예방이 먼저이고, 예방보다 중요한 것은 공직사회의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제가 발생한 뒤 적발하고 처벌하는 방식만으로는 청렴도를 근본적으로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후 적발 중심의 반부패 정책은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행정의 손실이나 신뢰 훼손이 발생한 이후의 조치일 수밖에 없다.
반면 예방 중심의 행정은 위험 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제도와 절차를 보완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 내부에서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가’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규정은 있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 다르게 적용되거나,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예외가 반복된다면 제도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담당자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지는 상황 역시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김 시장이 언급한 ‘공직사회의 기준’은 청렴행정의 출발점이자 실제 정책의 성패를 결정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의정부시가 풀어야 할 과제는 청렴을 공직자 개인의 윤리적 책임에만 맡기지 않고 행정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공직자에게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 조직 전체의 청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누가 업무를 맡더라도 동일한 기준과 절차가 적용되고, 이해충돌이나 특혜 가능성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으며,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점검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특별추진단 회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회의 이후다. 회의에서 발견된 문제나 개선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실행계획에 반영할 것인지, 실제 행정 현장에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관건이다.
김 시장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과제들을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정리해 끝까지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는 반부패·청렴 정책을 일회성 회의나 캠페인으로 끝내지 않고 후속 실행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향후 추진될 세부 사업이나 일정, 점검 방식 등은 공개돼 있지 않다. 향후 의정부시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는다면 계약·인사·보조금 분야별 개선책과 추진 일정, 점검·평가 방식 등이 청렴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조직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선 공직자에 대한 관리만큼 조직 책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김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에서 청렴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며 “저부터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청렴의 책임을 일선 직원들에게만 요구하지 않고 시장 자신에게도 동일하거나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는 조직 내부에도 적지 않은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지방정부의 조직문화는 최고 책임자의 정책 방향과 업무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청렴정책은 규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조직 책임자가 일관된 원칙을 적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시장이 직접 반부패·청렴 특별추진단 회의를 주재하고 후속 실행계획까지 챙기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는 선언이 실제 행정 변화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 청렴행정의 최종 평가자는 결국 시민이다.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공직자 교육을 강화하더라도 시민이 행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정부시의 반부패 정책도 내부 통제 강화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이 행정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부분을 점검했고, 어떤 제도를 개선했으며, 개선 이후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특정 정책을 제안한다기보다 ‘시민 신뢰 회복’이라는 이번 회의의 목표를 실제로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관점이다.
청렴행정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정책도 아니다. 조직문화와 업무 관행은 오랜 기간 형성되는 만큼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점검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청렴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평상시 행정 과정에서 위험 요소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이번 특별추진단 논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정부시가 내세운 방향은 분명하다. ‘적발보다 예방’, 그리고 그보다 앞서 ‘공직사회의 명확한 기준’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는 반부패 정책의 초점을 단순한 처벌에서 행정 시스템과 조직문화 개선으로 옮기겠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 현장에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히 계약과 인사, 보조금 집행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수 있는 업무에서는 추상적인 청렴 구호보다 세밀한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 업무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고, 시민이 그 과정과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과제들이 앞으로 어떤 실행계획으로 구체화될지가 중요한 이유다. 김 시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에서 청렴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부터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시민이 믿을 수 있는 투명한 행정으로 보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의정부시가 추진하는 반부패·청렴 정책의 성패는 이 약속을 얼마나 구체적인 제도와 행정의 변화로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청렴을 외치는 행정에서 청렴이 작동하는 행정으로, 문제가 발생한 뒤 적발하는 행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먼저 차단하는 행정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민이 시정을 신뢰할 수 있는가. 김 시장이 이번 회의에서 던진 이 질문은 동시에 앞으로 시민들이 의정부시의 청렴행정을 평가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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