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신설·과밀학급 해소에 BTL 장기부담까지 체계적 관리
채무·부채한도 설정하고 재정건전성 평가·공개 제도화 추진
[이코노미세계] 경기교육재정에 ‘건전성 관리’라는 새로운 안전장치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세입 대부분을 이전수입에 의존하는 경기도교육청의 재정구조 속에서 학교 신설과 과밀학급 해소 등 대규모 교육재정 수요가 이어지는 데다 임대형 민자사업(BTL) 등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부담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다.
특히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교육계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회가 교육재정의 중장기적 지속가능성과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섰다.
경기도의회 김선희 의원은 22일 ‘경기도교육청 재정건전화 조례안’ 입법예고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례안은 단순히 예산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세입과 채무, 부채한도,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등을 하나의 관리체계 안에 두는 것이 핵심이다.
전국 16개 광역시·도교육청 가운데 독자적인 재정건전화 조례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경기도의회가 처음이다.
이번 조례안 추진의 출발점에는 경기도교육청의 세입구조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세입의 95.2%를 이전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적인 세입 확대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 재원 변화에 재정 여건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교육재정은 일반 지방재정과 다른 특성을 갖는다.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해서 학교와 교실, 교원, 교육시설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학생 수에 비례해 즉각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규모 택지개발과 신도시 조성이 이어지는 경기지역에서는 지역에 따라 학교 신설과 교실 증축, 과밀학급 해소 등에 상당한 재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반면 세입은 경기 상황과 정부의 세입 여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변화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올해 8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 달라진 교육환경과 세수 변동에 따른 교부금 변동성 등을 개편 필요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교육재정의 문제는 단순히 ‘돈이 많으냐, 적으냐’의 문제를 넘어 필요한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중장기 재정계획을 얼마나 정교하게 세울 수 있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경기도처럼 교육 규모가 크고 지역별 교육수요 편차가 큰 곳일수록 재정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경기교육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고정적 재정수요다. 경기도에서는 신도시와 택지개발지역을 중심으로 학교 신설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도심지역에서도 과밀학급 문제와 노후 교육시설 개선, 미래형 교육환경 구축 등에 재원이 필요하다.
한 번 시작한 교육시설 사업은 단년도 예산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학교 신설과 시설 개선사업은 수년에 걸쳐 재정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고,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시설 유지·관리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임대형 민자사업(BTL)과 같은 장기적인 재정부담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현재 교육지원청별 BTL 학교를 별도로 관리·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의 예산뿐 아니라 앞으로 수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에 부담해야 할 재정까지 함께 살펴야 교육재정의 실질적인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조례안이 ‘중장기 관리’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김선희 의원은 “급변하는 교육재정 여건 속에서 세입 결손과 채무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다”며 “경기교육재정의 미래 부담을 줄이고 중장기적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례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재정 문제가 발생한 뒤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에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관리하도록 제도화하려 한다는 점이다.
조례안에는 크게 △교육감의 책무 △교육재정자금 운용 원칙 △건전재정 운용계획 수립 △채무관리 및 부채한도 설정 △재정건전화위원회 설치 △재정건전성 평가 및 공개 등이 담겼다.
우선 교육감에게 교육재정의 건전한 운용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책무를 부여한다. 교육재정 운용을 단년도 예산 편성과 집행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건전재정 운용계획’ 역시 중요한 장치다. 향후 예상되는 세입과 세출, 채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재정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채무관리와 부채한도 설정은 이번 조례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교육사업은 현재 세대의 학생들을 위한 투자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장기채무는 향후 교육재정의 운신 폭을 제한할 수 있다. 장래의 재정 부담까지 고려하지 않은 사업 확대는 미래 교육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례안은 이런 위험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채무와 부채 수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일정한 관리기준을 두도록 하는 방향을 담았다.
재정운용에 대한 외부 점검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도 특징이다. 조례안에는 ‘재정건전화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재정의 건전성 문제를 교육청 내부의 예산편성 과정에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논의·점검 구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평가와 공개도 추진한다. 이는 교육재정의 투명성과도 연결된다. 교육재정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와 관계된 공공재정이다. 예산 규모와 사업별 지출내역을 공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현재의 재정구조가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채무와 장기부담은 어느 수준인지 등을 점검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경우 재정운용에 대한 설명 책임도 커질 수 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은 앞으로 마련될 세부 기준과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부채한도를 어떤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지, 재정건전성 평가에 어떤 지표를 적용할 것인지, 재정건전화위원회의 구성과 권한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이 향후 조례 심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검토될 부분이다.
김선희 의원은 조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 관련 부서와 협의를 거쳤다. 경기도교육청 기획조정실 예산담당관과 재무관리과 등 재정 관련 핵심 부서와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교육재정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세부 조문을 다듬었다는 것이 김 의원 측 설명이다.
조례가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기존 예산·회계·채무관리 체계와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재정은 국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부터 교육청의 교육비특별회계, 개별 교육사업과 시설투자까지 여러 단계가 맞물려 움직인다.
새로운 조례가 기존 제도와 중복되거나 행정절차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재정위험을 조기에 파악하고 관리하는 장치로 작동하는지가 향후 제도 운영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례 추진을 보다 큰 틀에서 보면 지방교육재정을 둘러싼 제도 변화와 맞닿아 있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세수 변동, 교육 분야별 투자 불균형 등을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가 밝힌 개편 방향은 시·도교육청이 중장기 교육사업을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재정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실제 개편 과정에서는 초·중등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와 미래 교육수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제기될 수 있다.
특히 경기도는 전체 학생 규모가 크고 신도시 개발 등에 따른 학교 신설 수요가 지역별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학령인구 감소만으로 교육재정 수요를 판단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교부금 체계 변화와 별도로 경기도 차원의 재정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이번 조례가 실제 교육재정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경기도의회의 이번 시도가 제도화되면 전국 시·도교육청 차원의 재정건전화 관리체계를 별도 조례로 규정하는 첫 사례가 된다. 그러나 ‘전국 최초’라는 상징성만으로 조례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조례가 실제 교육재정 운용 과정에서 작동하느냐다. 재정건전성이라는 명분이 필요한 교육투자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장치로 작동해서도 곤란하고, 반대로 선언적 규정에 그쳐 재정위험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해서도 제도의 의미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교육투자는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채무와 재정 부담을 관리하는 균형이 관건이다. 학교 신설과 과밀학급 해소처럼 학생의 교육권과 직결된 투자는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현재의 투자 결정이 향후 교육재정에 어느 정도 부담을 남기는지 투명하게 분석하고 공개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재정건전성의 목적이 단순한 지출 억제가 아니라 한정된 재원을 필요한 곳에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재정구조를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선희 의원 역시 이번 조례의 방향을 미래세대의 부담 관리에 두고 있다. 또 “교육재정은 학생들의 미래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어야 한다”며 “선제적인 채무 관리와 계획적인 자금 운용으로 미래세대에 과도한 빚과 재정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 건강한 재정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향후 관건은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어떻게 반영하느냐다. 김 의원은 입법예고 기간 교육계와 관련 기관 등의 의견을 검토한 뒤 오는 11월 제394회 정례회에서 조례안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어 “전국 교육청 최초로 시도하는 제도인 만큼 입법예고 기간 각계 의견을 면밀히 살펴 오는 11월 제394회 정례회에서 조례가 최종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경기교육재정의 건전성과 지속가능한 교육환경 구축을 위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교육재정은 이제 ‘얼마를 확보할 것인가’와 함께 ‘확보한 재원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운용할 것인가’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경기지역의 지속적인 학교 신설과 교육시설 투자 수요, 장기채무 관리라는 여러 변수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가 추진하는 재정건전화 조례는 이런 변화 속에서 지방교육재정의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고 중장기적인 관리체계를 만들려는 제도적 시도다.
오는 11월 정례회까지 이어질 입법 과정에서는 채무와 부채의 적정 관리기준, 재정건전화위원회의 역할, 재정건전성 평가와 공개 방식 등 세부 장치의 실효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국 첫 교육청 재정건전화 조례 추진이 경기교육재정을 단년도 예산 중심에서 중장기 재정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향후 조례 심사와 실제 운영 과정이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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