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김포의 역사가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책이나 기록 속에 머물던 역사적 인물을 축제와 강연, 체험을 통해 만나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 중심에 김포를 대표하는 역사 인물 중 한 명인 중봉 조헌(趙憲) 선생이 있다.
2026년 9월 19일 김포에서는 조헌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는 제39회 중봉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우저서원에서 열린 고유제로 시작해 김포아트빌리지 한옥마을의 문화제와 역사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김포시는 올해 중봉문화제를 단순히 선현을 추모하는 전통 행사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역사를 체험하는 문화축제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포시가 행사 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봉문화제는 1984년부터 이어져 온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축제다. 올해는 최근 2년간 다른 지역축제와 통합해 운영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시 개별 축제로 열렸다.
이기형 김포시장도 이날 우저서원 고유제와 중봉문화제 개막식 등에 참석했다. 이 시장은 행사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봉 조헌 선생의 정신과 김포의 역사·문화를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되새기는 시간이었다는 취지의 소회를 밝혔다.
특히 그가 강조한 것은 ‘역사를 왜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시장은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포가 품고 있는 역사와 인물을 더 많은 시민이 알고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도 내놨다.
중봉문화제를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도시의 기억’을 현재와 미래로 연결하는 문화정책의 한 축으로 바라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날 중봉문화제의 출발점은 우저서원이었다. 우저서원은 김포의 역사에서 조헌 선생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공간이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김포시 감정동에 자리한 우저서원은 경기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1648년 건립된 서원으로, 중봉 조헌 선생을 배향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며 우저서원은 한 인물을 추모하는 공간을 넘어 김포의 역사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19일 오전 9시 이곳에서 중봉문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고유제가 봉행됐다.
고유제는 문화제 개최를 알리고 조헌 선생의 뜻을 기리는 전통 의례다. 김포시는 이를 중봉문화제의 역사적 의미를 상징하는 행사로 설명했다.
이 시장 역시 고유제에 참석해 조헌 선생의 삶과 정신을 되새겼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의 안위를 앞세우지 않았던 그 정신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우리가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되는 대목은 ‘다음 세대’다. 역사문화정책에서 문화유산의 보존만큼 중요한 것이 계승이다. 아무리 가치 있는 문화유산도 시민이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도시의 살아 있는 자산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지역사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봉 조헌이라는 인물을 통해 김포의 역사를 배우고, 우저서원을 직접 찾아가고, 문화제를 통해 당시 시대와 인물의 선택을 생각해보는 과정은 지역사가 교과서 밖의 ‘현장 교육’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올해 중봉문화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참여’다. 오전 고유제가 전통과 추모의 영역이었다면, 이후 김포아트빌리지 한옥마을에서 펼쳐진 행사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에 가까웠다.
김포시가 행사에 앞서 공개한 프로그램에는 시민들이 소원을 적는 ‘중봉만인소’, 한옥마을 곳곳을 돌며 상소문을 완성하는 체험, 역사 강연 등이 포함됐다.
역사를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놀이와 체험을 통해 접근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어린이·청소년에게는 이러한 접근법이 지역사를 보다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김포시는 행사 다음 날 배포한 자료에서 ‘중봉 만인소’와 ‘중봉 상소문 퀘스트’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됐으며, 민속예술제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고 밝혔다. 다만 프로그램에 대한 ‘큰 호응’ 등의 평가는 주최 측인 김포시의 자체 평가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중봉문화제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통문화축제가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존’과 ‘현대적 활용’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의례와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민들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39회를 맞은 중봉문화제 역시 이 같은 과제를 안고 새로운 방식을 시험하고 있는 셈이다.
이 시장은 중봉문화제 개막식에도 참석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한 사람의 삶과 정신이 수백 년 뒤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시장은 “한 인물의 정신과 역사가 오늘날 하나의 문화제가 되어 시민들이 만나고, 배우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고 밝혔다.
실제 지역축제의 경쟁력은 규모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그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역사와 이야기, 인물, 공간을 어떻게 콘텐츠로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김포에는 우저서원뿐 아니라 문수산성, 장릉, 덕포진 등 여러 역사문화유산이 있다. 국가유산포털에서도 이들 유산을 김포 소재 주요 국가유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흩어져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다면 문화유산은 보존 대상에서 교육·관광·문화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
중봉문화제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중봉 조헌이라는 인물과 우저서원이라는 공간, 한옥마을이라는 문화적 배경에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결합하면서 ‘김포에서만 가능한 축제’를 만들어갈 기반을 갖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를 지속 가능한 지역 문화브랜드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 후속 전략이 필요하다.
평상시에도 시민들이 조헌과 우저서원을 접할 수 있는 교육·체험 프로그램, 학교 교육과의 연계, 역사문화 탐방코스 개발, 디지털 콘텐츠 구축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축제가 하루라면 도시의 문화는 365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서 시민들의 역사 접근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은 역사 강연이었다. 이른바 ‘큰별쌤’으로 알려진 역사 강사 최태성이 무대에 올랐다. 이 시장도 강연을 들은 뒤 역사에 대한 생각을 자신의 SNS에 남겼다.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취지로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의 구성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의례→축제→교육’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있다. 우저서원에서는 전통 의례를 통해 조헌을 기억하고, 한옥마을에서는 체험과 놀이로 역사를 접하고, 역사 강연을 통해 과거의 사건과 오늘의 삶을 연결했다.
지역문화축제가 단순 공연이나 먹거리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역사적 인물과 도시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교육·문화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포는 변화 속도가 빠른 도시다. 도시가 팽창하고 새로운 인구가 유입될수록 지역 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의 중요성은 커진다.
새로 이주한 시민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도시를 이해하는 통로가 되고,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에게는 지역에 대한 기억과 자긍심을 이어가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시의 역사문화정책은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가 이 역사를 알고 있는가’, ‘다음 세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시민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중봉문화제가 시민 참여형 축제로 방향을 넓히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역사를 어렵게 설명하기보다 시민이 직접 걷고, 쓰고, 듣고, 체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지역의 역사 인물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도시 정체성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신이 사는 도시의 역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작지 않다.
도시의 이름은 행정구역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 안의 인물과 장소, 이야기를 알게 되는 순간 시민에게는 ‘내가 사는 곳’이라는 의미가 더해진다.
이제 과제는 중봉문화제의 경험을 어떻게 김포의 지속적인 문화자산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있다. 우선 중봉 조헌이라는 역사 인물을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우저서원과 중봉문화제를 중심으로 어린이·청소년 역사교육, 가족 단위 답사, 해설 프로그램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김포의 다른 역사문화유산과 연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문수산성·장릉·덕포진·우저서원 등 김포 곳곳의 역사적 장소를 시대와 주제별 이야기로 묶으면 개별 문화유산이 하나의 도시 역사 콘텐츠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국가유산포털에도 김포에는 사적과 유형문화유산을 비롯한 다양한 역사자원이 확인된다.
또 하나는 시민 참여다. 지역의 역사는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설명한다고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의 기억과 기록, 사진, 구술자료 등을 모으고 시민이 직접 지역사를 기록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도시의 역사는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중봉문화제가 시민들이 역사를 ‘보는 행사’를 넘어 직접 참여하는 축제를 지향했다면, 앞으로는 그 참여가 축제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문화정책의 지속성 역시 관건이다. 행사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중봉문화제가 무엇을 말하는 축제인지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세대를 넘어 반복해서 찾을 수 있는 대표 콘텐츠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
중봉문화제의 출발은 400여 년 전을 향하고 있지만 질문은 현재를 향한다. 한 도시가 자신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그리고 오래된 역사와 인물을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할 것인가. 19일 우저서원에서 시작해 김포아트빌리지로 이어진 중봉문화제는 이 질문을 던졌다.
이 시장 역시 행사 이후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김포가 가진 역사와 인물을 시민과 아이들에게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포가 품고 있는 소중한 역사와 인물을 더 많은 시민이 알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중봉 조헌 선생의 정신이 김포의 자긍심이 되고, 김포의 역사문화가 시민의 일상 속에서 더욱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함께하겠습니다.” 결국 중봉문화제의 미래도 여기에 달려 있다.
한 번의 축제로 끝나는 역사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서 만나는 역사, 어른들의 기억에 머무는 역사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이어지는 역사, 보존해야 할 과거를 넘어 오늘의 도시문화를 만드는 자산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우저서원의 오래된 기와 아래에서 시작한 중봉 조헌의 이야기가 김포아트빌리지의 시민 축제로 이어졌다. 이제 김포가 풀어야 할 과제는 그 이야기를 축제의 하루에서 도시의 365일로 확장하는 것이다.
중봉의 정신을 기억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김포의 역사와 문화가 시민의 일상이 되는 것. 제39회 중봉문화제가 남긴 가장 중요한 화두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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