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관객 넘어 주인공으로, 안양형 참여축제 의미 더해
[이코노미세계] 축제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에 오르는 유명 가수일 수도 있고, 행사를 기획한 전문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이 직접 노래하고 가족과 이웃이 응원하며 함께 추억을 만드는 축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관객석에 있던 시민이 무대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축제를 ‘보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2026 안양춤축제’와 함께 삼덕공원에서 열린 안양시민가요제가 보여준 장면이 그렇다. 올해 안양시민가요제에는 120개 팀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본선을 통과한 참가자들은 시민 앞에서 자신의 노래와 끼를 펼치며 축제의 밤을 달궜다. 단순히 노래 실력을 겨루는 경연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축제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시민들이 이를 응원하는 ‘참여형 축제’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올해는 ‘안양역 첫차’라는 노래가 처음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도시의 대표적 공간인 ‘안양역’과 일상의 이미지인 ‘첫차’가 노래라는 문화 콘텐츠와 만난 것이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축제 현장에서 보이지 않게 땀 흘린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의 역할도 조명됐다. 시민 참여와 지역 고유의 콘텐츠, 안전한 행사 운영이 지역축제를 떠받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 대목이다.
지역축제의 성패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했는지, 유명한 공연자가 출연했는지, 얼마나 큰 무대를 만들었는지 등이 흔히 축제의 흥행을 판단하는 지표로 거론된다.
하지만 지역축제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지려면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시민의 참여다. 그런 점에서 올해 안양시민가요제에 120개 팀이 참가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가요제 참가자는 일반 관람객과 다르다. 참가 신청을 하고 노래를 선정한 뒤 연습해야 한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르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무대에 오르는 몇 분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참가자에게는 이미 축제다.
본선 진출자들이 삼덕공원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가족과 친구, 이웃의 응원이 이어졌다. 무대 위에서는 시민이 노래하고 무대 아래에서는 또 다른 시민이 박수를 보냈다. 공연자와 관객이라는 전통적인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진 셈이다.
전문 공연자가 준비한 무대를 시민들이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축제와는 다른 구조다. 시민 스스로 콘텐츠 생산자가 되고, 다른 시민들이 그 콘텐츠를 소비하고 응원한다.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갈고닦은 노래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였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찾은 특별한 밤이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이유로 삼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노래와 춤을 통해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 안양시민가요제를 단순한 노래 경연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지역축제는 지금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저마다 축제와 문화행사를 열면서 비슷한 형식의 공연만으로 지역의 차별성을 보여주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형 무대를 만들고 유명 가수를 초청하는 방식은 시민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왜 이 축제를 안양에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충분히 답하기는 어렵다.
지역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다면 결국 도시만의 이야기와 시민 참여라는 문제를 만나게 된다. 안양시민가요제는 그 가운데 ‘참여’라는 방향을 보여준다.
120개 팀이 참가하고,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시민들이 무대에서 직접 노래했다는 것은 축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시민들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지역축제가 도시의 문화자산으로 성장하려면 시민에게 축제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을 보러 가는 행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축제’, ‘우리 이웃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가 되는 것이다. 참여가 확대되면 축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준비해 시민에게 제공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자신이 사는 도시에서 이웃과 함께 만드는 문화행사라는 인식이 형성될 여지가 커진다.
시민들의 노래가 무대의 중심에 서고 시민들의 응원이 현장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가요제는 이런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민이 문화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가 된 것이다.
올해 가요제에서는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안양역 첫차’라는 노래가 시민들에게 처음 공개된 것이다. 지역의 지명이나 공간을 소재로 한 노래는 단순한 공연 프로그램을 넘어 지역문화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을 갖는다.
‘안양역’은 도시를 상징하는 지명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하루의 시작을 연상시키는 ‘첫차’라는 친숙한 이미지가 결합했다. 도시의 공간과 시민들의 일상이 노래라는 문화적 형식으로 만난 셈이다.
지역축제의 경쟁력은 결국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그 도시만의 이야기’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와도 연결된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공연이나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도시의 역사와 장소, 사람들의 삶을 문화 콘텐츠로 연결해야 축제가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안양역 첫차’의 첫 공개는 주목할 만하다. 물론 노래 한 곡이 곧바로 도시의 대표 문화 콘텐츠가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앞으로 시민들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어떻게 활용되며, 축제와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다만 지역의 공간을 소재로 한 문화 콘텐츠가 시민 참여형 축제에서 처음 공개됐다는 점은 ‘안양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이어 화려한 축제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이 있다. 행사를 마친 뒤 최대호 안양시장은 축제를 위해 애쓴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축제가 공연 프로그램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안내하고, 공연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현장을 관리하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특히 많은 시민이 한꺼번에 모이는 지역축제에서 안전은 다른 어떤 성과보다 앞서야 할 기본 조건이다. 콘텐츠가 아무리 뛰어나고 무대가 화려하더라도 안전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축제로 평가받기 어렵다.
시민들이 안심하고 행사장을 찾고, 가족과 함께 공연을 즐긴 뒤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축제 운영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관계자와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이 무대의 주인공이라면 이들이 안심하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뒤에서 축제를 떠받치는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역시 또 다른 주인공이다.
최 시장은 가요제를 마친 뒤 축제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앞으로도 시민이 함께 즐기고, 함께 추억을 만드는 안양의 문화축제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SNS를 통해 밝혔다.
또 지역축제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시민들의 문화적 기대 수준은 높아지고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면서 도시 간 문화 콘텐츠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제 단순히 공연 횟수를 늘리거나 출연진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축제의 성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축제가 끝난 뒤 도시와 시민에게 무엇이 남았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다.
안양시민가요제가 보여준 하나의 방향은 시민 참여다. 120개 팀이 가요제 참가를 신청했다는 사실은 시민들이 단순히 축제를 관람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무대에 참여하려는 수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이런 참여를 일회성 행사에서 끝내지 않는 것이다. 올해 참가자가 다음 축제의 관람객이 되고, 올해 관람객이 내년에는 무대의 참가자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시민들이 프로그램과 콘텐츠에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참여하는 구조까지 발전한다면 지역축제의 시민 기반은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지역문화는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한 뒤 이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도시의 문화로 축적될 수 있다.
축제가 끝나면 무대는 철거되고 화려했던 조명도 꺼진다. 그러나 축제를 함께한 사람들의 기억은 남는다. 이번 안양시민가요제 역시 참가자에게는 많은 시민 앞에서 노래했던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가까운 사람을 응원했던 기억이 되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에게는 가을밤을 함께 즐겼던 도시의 추억이 될 수 있다.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이 도로나 건물, 산업시설 같은 물리적 인프라만은 아니다.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기억을 공유하는지도 도시의 정체성과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다.
지역축제가 도시의 ‘공동 기억’을 만드는 공간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어린이는 부모의 손을 잡고 축제장을 찾았던 기억을 갖는다. 청년들은 친구와 공연을 즐긴 시간을 기억한다. 가요제 참가자는 시민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불렀던 순간을 간직한다. 이런 경험이 매년 쌓인다면 축제는 단순한 연례행사를 넘어 시민과 도시를 연결하는 문화적 접점이 될 수 있다.
안양춤축제와 안양시민가요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시민 참여와 함께 지역 고유의 색깔을 더욱 분명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역축제는 규모만으로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 큰 무대, 더 유명한 출연진, 더 많은 관람객만을 목표로 한다면 다른 도시의 축제와 비슷해질 가능성도 커진다.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콘텐츠와 시민 참여 방식, 도시의 역사와 장소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올해 처음 시민들에게 소개된 ‘안양역 첫차’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도시의 지명과 공간을 소재로 한 노래가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축제와 지속적으로 결합한다면 안양만의 문화 콘텐츠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여기에 시민가요제처럼 시민들이 직접 무대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발전한다면 축제의 정체성도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다만 지역축제의 성과를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단순한 방문객 숫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의 실제 참여 정도와 만족도, 다시 찾고 싶은 축제인지, 지역상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축제에서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가 행사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축제에서 얻은 경험을 분석해 다음 행사에 반영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어 도시는 건물과 도로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경험을 공유할 때 비로소 도시에는 공동체의 색깔이 더해진다.
지역축제가 가진 가치 역시 여기에 있다. 안양시민가요제 참가자들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시민들이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순간, 삼덕공원은 단순한 공원을 넘어 시민들이 문화와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이 됐다.
올해 120개 팀이 참여한 가요제는 시민들이 지역문화의 주체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안양역 첫차’가 시민들에게 처음 소개된 것도 지역의 공간과 이야기를 문화 콘텐츠로 확장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축제가 지속되려면 무대 위 공연 못지않게 시민의 참여, 안전한 행사 운영, 현장을 지키는 관계자와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축제는 며칠이면 끝난다. 그러나 시민이 함께 만든 경험은 도시의 기억으로 남는다. 2026 안양춤축제와 안양시민가요제가 앞으로 마주할 과제도 이 지점에 있다.
시민이 구경하는 축제를 넘어 직접 참여하는 축제, 유명 공연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축제, 세대와 이웃이 같은 공간에서 추억을 공유하는 축제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느냐다.
삼덕공원에서 울려 퍼진 시민들의 노래는 끝났지만 그곳에서 만들어진 기억은 안양이라는 도시에 남는다. 지역축제의 진정한 성과는 어쩌면 관람객 숫자보다 시민들이 다시 꺼내 이야기할 수 있는 ‘도시의 추억’을 얼마나 많이 남겼는가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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