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지역산업 연계해 청년 취·창업·지역 정착 선순환 구조 구축
전담기관 관리·성과평가 투명성 높여 대규모 재정사업 책임성 강화
[이코노미세계] 대학에 투입되는 막대한 재정이 대학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청년의 취업과 창업, 지역기업의 성장,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가 전국적으로 본격화하면서 대학 재정지원 정책의 무게중심도 바뀌고 있다. 중앙정부가 대학을 직접 지원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산업과 인재 수요를 고려해 대학을 지원하고, 대학은 교육·연구 역량을 지역 발전에 활용하는 구조다.
교육부는 RISE를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체계로 설계했고, 2023~2024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했다. 각 시·도는 지역 특성과 대학의 강점을 반영한 5개년 기본계획을 대학과 함께 수립했다.
경기도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RISE 사업의 운영 원칙과 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윤도희 경기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지원 조례안’이 18일 경기도의회 제39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조례안은 앞서 9월 8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심사를 원안 통과했다.
이번 조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히 대학에 재정을 지원할 근거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학에 투입되는 혁신 재정이 청년의 지역 정착과 지역산업 성장,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고, 동시에 대규모 재정을 관리하는 전담기관과 평가체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RISE의 핵심은 대학지원 정책의 출발점을 ‘대학’에서 ‘지역’으로 확장한 데 있다. 과거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중앙정부가 사업을 설계하고 대학이 공모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RISE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산업구조와 인구, 일자리, 대학의 특성 등을 고려해 지역발전 전략과 대학지원 정책을 연결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교육부가 처음 RISE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강조했던 것도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한 지자체 주도의 대학지원체계’로의 전환이었다. 이는 대학정책의 평가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학이 몇 개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몇 명이 참여했는지만으로 사업 성과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대학이 보유한 연구·교육 역량이 지역산업과 얼마나 연결됐는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얼마나 양성했는지, 졸업한 청년이 지역에 얼마나 정착했는지 등이 중요한 성과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역시 이미 RISE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가 안내한 2026년 RISE 사업 대상은 도내 수행대학 67개교로, 일반대학 36개교와 전문대학 31개교가 포함돼 있다. 경기도는 3대 유형, 16개 세부 단위과제를 통해 지역과 대학의 경쟁력을 함께 강화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26년 3월에는 지역과 대학 간 연계·협력을 통한 지역혁신과 동반성장의 선순환 체계 구축을 목표로 신규 단위과제 수행대학 선정계획도 공고했다.
결국 RISE가 대학만을 위한 재정지원사업인지, 지역 전체를 바꾸는 혁신정책인지가 앞으로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도희 의원이 이번 조례 제정 과정에서 강조한 부분도 이 지점이다. 대학에 투입된 혁신 재정이 청년 정착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대학의 연구·교육 역량이 캠퍼스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지역혁신이라는 정책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 같은 방향은 특히 경기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기도는 반도체와 첨단모빌리티,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이 집중된 지역인 동시에 시·군별 산업구조와 대학 여건의 편차가 큰 지역이다. 따라서 대학이 지역기업과 공동 연구를 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산학협력 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가 RISE의 실질적인 성과와 연결될 수 있다.
대학의 역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학생을 교육하고 학위를 수여하는 전통적 역할을 넘어 지역기업의 기술개발을 돕고,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지역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공급하는 ‘지역혁신 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2026년 정책 방향에서 RISE를 경제권·생활권 중심의 대학 간·지역 간 협력으로 확대하고, 계약학과와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현장실습 등 산업현장과 교육을 연결하는 방식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따라서 경기도 RISE 역시 단순한 대학지원사업을 넘어 산업정책과 청년정책, 일자리정책이 만나는 접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재정 규모와 사업 영역이 커질수록 따라붙는 문제가 있다. 바로 재정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이번 조례안이 특히 강조한 부분도 전담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장치다.
조례안은 전담기관을 지정할 때뿐 아니라 기관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또 전담기관이 매년 업무계획과 전년도 사업실적을 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사업이 끝난 뒤에는 집행 결과를 확인하는 이중 검증 구조를 마련하려는 취지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사업구조가 복잡하고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교육이나 연구개발 사업의 경우 예산을 투입했다고 곧바로 매출이나 고용 증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 성과가 기술사업화로 이어지고, 기업 성장과 신규 고용으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때문에 단순한 예산 집행률만으로 사업을 평가할 경우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를 놓칠 수 있다. 반대로 ‘장기적 성과’를 이유로 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면 재정사업의 책임성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RISE에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요구된다. 대학과 지역이 충분히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도민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는 것이다.
이번 조례가 전담기관의 지정과 기관장 임명 단계부터 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관리하려는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성과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담겼다. 조례안은 RISE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이 성과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 동시에 평가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했다.
평가를 받는 대학에는 소명 기회를 주고, 평가 결과는 공개함으로써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구조다. 이는 향후 RISE 사업 운영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대학 재정지원은 평가 결과에 따라 다음 연도 사업과 지원 규모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평가기준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특히 대학마다 규모와 교육환경, 연구역량, 지역적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획일적인 성과지표를 적용할 경우 대학 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성과평가 결과 공개뿐 아니라 평가기준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대학과 충분히 공유하느냐가 향후 제도 운영의 또 다른 과제가 될 전망이다.
RISE가 기존 대학지원 정책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성과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과 지역기업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면 단순히 프로그램 참여 학생 숫자를 집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취업과 지역 정착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학협력 사업이라면 기업 참여 숫자뿐 아니라 공동 기술개발과 사업화, 매출 증가, 신규 고용 등의 후속 성과를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체계도 중요하다.
창업지원 역시 창업기업 숫자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일정 기간 이후 기업의 생존과 성장, 지역 내 고용 창출 등을 함께 살펴봐야 실질적인 지역경제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윤 의원 역시 이번 조례와 관련해 대규모 재정이 수반되는 만큼 사업이 단순한 대학 재정보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도민의 소중한 혈세가 사업 취지에 맞게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집행 전 과정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얼마를 지원했느냐’보다 ‘그 돈으로 지역에 무엇을 남겼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 RISE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대학과 산업현장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다. 대학에는 연구인력과 실험시설, 기술이 있고 지역기업에는 현장의 수요가 있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정확히 찾지 못하면 각각의 자원이 분리된 채 존재할 수밖에 없다.
RISE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학이 어떤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기업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대학 역시 지역기업이 어떤 기술과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상시 협력망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자체 연구개발 인력과 시설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아 대학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연결체계가 중요하다.
대학과 기업의 협력이 일회성 협약이나 행사에 머물지 않고 공동 연구개발과 현장실습, 채용, 기술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윤 의원도 이번 조례를 계기로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과 지역산업의 수요를 연결하고 대학이 지역 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과 지역 연계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RISE의 최종 성과 가운데 하나는 결국 사람이다. 지역에서 교육받은 청년이 지역기업에 취업하고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더라도 청년이 졸업과 동시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지역이 체감하는 정책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학 교육과 기업 수요를 연결하는 것과 동시에 청년이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와 창업 환경, 주거와 교통 등 정주 여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 지점에서 RISE는 교육정책만으로 완결되기 어렵다.
산업과 일자리, 청년, 창업, 교통·주거 정책까지 연결될 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혁신의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진다.
특히 수도권이라는 경기도의 특성상 ‘지역 정착’의 의미도 비수도권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내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서울 등으로 이동하지 않고 경기도 기업에서 일하고 생활하도록 만드는 산업·일자리 연계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지역혁신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조례는 출발점이다. 전담기관에 대한 심의와 정기보고, 대학 성과평가 결과 공개, 이의제기 절차 등이 실제 사업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RISE의 성과를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표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학과 기업의 공동 연구가 몇 건 이뤄졌는지, 기술사업화로 얼마나 연결됐는지, 참여 학생 가운데 몇 명이 지역기업에 취업했는지, 청년 창업기업이 얼마나 살아남고 성장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경기도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의 RISE 기본계획을 마련했으며 교육부 역시 경기 RISE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있다.
경기도가 2025년 수행대학 추가 선정 당시 제시한 사업기간도 2025년 3월부터 2030년 2월까지 5년이었다. 당시 추가 선정 사업의 지원 규모는 연간 47억원으로 제시됐다. 장기간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성과관리 구조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대학을 살리기 위해 지역이 지원하는 시대에서, 대학이 지역을 살리는 한 축이 되는 시대로 정책의 방향이 이동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지원 규모’만의 경쟁이 아니다.
대학의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이 지역기업의 생산현장으로 이동하고, 강의실에서 배운 학생이 지역기업의 인재가 되며, 대학과 기업의 협력이 새로운 일자리와 창업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윤도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조례는 그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사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결을 제도화하려는 장치를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제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전담기관에 대한 관리·감독과 성과평가 공개가 형식적인 행정절차에 머무르지 않는지, 대학에 투입된 재정이 지역기업과 청년에게 실제 기회로 연결되는지, 대학과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지가 평가 대상이 될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과 지역의 경쟁력을 따로 떼어놓기 어려워지는 시대다. 경기도 RISE가 ‘대학에 돈을 지원하는 사업’을 넘어 대학과 산업, 청년과 지역을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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