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등 미래산업 육성 정책과 연계, 기업 유치 기대
“인프라·행재정 지원 통해 유망기업 성공적 안착 뒷받침”
[이코노미세계] 남양주 왕숙신도시에 ‘산업의 심장’을 심는 작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약 120만㎡. 판교테크노밸리의 약 1.7배에 이르는 땅에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의료, 연구개발(R&D) 등 미래 산업을 집적시키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만 1조8334억원에 이른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남양주시가 오랫동안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아온 ‘자족도시’ 구상이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 산업단지는 진건읍 진관리 일원 119만8801㎡에 들어서며 사업기간은 2026년부터 2032년까지다. 경기도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한다.
이번 사업을 단순한 산업단지 하나의 조성으로만 봐서는 의미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왕숙신도시가 대규모 주택 공급을 넘어 실제 일자리와 산업을 갖춘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를 가르는 핵심 사업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소속 유호준 의원도 이 점을 강조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의 심의 통과는 남양주시가 단순한 주거 중심 도시를 넘어, 일자리와 미래 산업이 숨 쉬는 진정한 자족도시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설명하는 첫 번째 숫자는 ‘120만㎡’다. 남양주시가 밝힌 정확한 면적은 119만8801㎡다. 약 36만2700평으로, 판교테크노밸리의 약 1.7배 규모다. 시는 이를 수도권 최대 규모의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소개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1조8334억원이다.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채우느냐다. 이곳에는 AI와 ICT, 바이오·의료, R&D 등 미래 성장산업을 집중 유치할 예정이다. 남양주시 역시 대기업 R&D와 AI·IT, 스마트팩토리 등을 중심으로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계획대로 구축된다면 왕숙신도시는 대규모 주거단지 옆에 산업시설을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 주거와 일자리, 연구개발, 창업 기능이 한 공간에서 맞물리는 도시를 지향하게 된다.
왕숙신도시 전체의 규모를 놓고 보면 산업단지의 중요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왕숙신도시는 왕숙·왕숙2지구를 합쳐 약 1269만㎡ 규모로 계획돼 있다. 계획 주택은 8만114호, 계획인구는 약 19만5000명이다.
이 정도 규모의 신도시가 주택 공급에 치우칠 경우 서울 등 외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또 하나의 대규모 주거도시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도시 내부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면 도시의 경제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가 신도시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자족시설로 평가되는 이유다.
왕숙 산단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산업 구성이다. 남양주시는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안에 대기업, AI·클라우드, 첨단제조 등을 중심으로 한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산업단지와 별도로 창업기업과 인재가 모일 수 있는 창업혁신공간도 계획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집적’이다. 기업 몇 곳을 개별적으로 유치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 연구기관과 인재가 서로 연결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첨단산업은 기업 한 곳의 생산시설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연구개발과 인력, 협력업체, 대학 및 연구기관, 교통·전력·통신 등 기반시설이 동시에 갖춰져야 산업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왕숙 산단이 계획대로 조성된다면 남양주 산업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AI와 ICT, 바이오·의료, R&D 분야의 기업들이 실제 입주하고 연관 기업까지 모여들 경우 지역 내 일자리의 질과 종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앞으로의 기업 유치 성과와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 달린 과제다.
유호준 의원이 기업 유치와 실질적 지원책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유 의원은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가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주요 업무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들어 왕숙 산단 조성과 도의회의 정책 방향이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또 기업 입장에서 산업단지의 규모만큼 중요한 것이 접근성이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이 부분에서도 승부를 걸고 있다.
남양주시는 왕숙 산단이 경춘선과 GTX-B, 9호선 예정 노선 등 철도망과 연계되는 입지라는 점을 주요 경쟁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광역교통망 구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왕숙으로 접근하는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첨단기업 유치에서는 이런 교통 접근성이 특히 중요하다. 기업은 물류뿐 아니라 연구개발 인력과 전문인력 확보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남양주시가 산업단지 주변의 인적 자원과 교통망을 기업 유치의 핵심 요소로 내세우는 이유다.
그러나 계획된 교통망과 실제 개통된 교통망은 다르다. 산업단지 조성과 철도·도로 등 광역교통 인프라 구축 시점이 어긋날 경우 초기 입주기업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산업단지 조성과 광역교통망 사업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물려 추진되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통과는 중요한 행정적 진전이지만, 그것만으로 산업단지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단지의 경쟁력은 결국 어떤 기업이 들어오고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느냐에 의해 평가받는다.
남양주시가 공개한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홈페이지에는 우리금융그룹과 카카오, 신한금융그룹 등이 입주 예정 기업으로 제시돼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기업 유치 흐름을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 과제다.
대기업이나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협력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개발 기업들이 함께 자리 잡도록 만들어야 산업단지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기업이 실제 투자를 결정하도록 만드는 조건도 중요하다.
교통과 전력, 통신 등 기반시설은 물론 인허가 지원, 투자 인센티브, 전문인력 확보, 정주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AI와 데이터, 첨단제조 산업은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가 중요하다. 남양주시는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내 345kV 전기공급시설 신설 계획을 산업단지의 주요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왕숙 산단의 경쟁력은 ‘120만㎡’라는 면적이 아니라 그 안에 얼마나 탄탄한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렸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는 경기도와 LH, GH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사업이다. 산업단지가 남양주시의 지역사업이면서 동시에 경기도의 첨단산업 전략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호준 의원 역시 도의회 차원의 지원을 강조했다. “소속 상임위원회인 미래과학협력위원회가 경기도의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며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유망 기업들이 왕숙 산단에 매력을 느끼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도의회 상임위 활동을 통해 인프라 조성과 행·재정적 지원 등 경기도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기업의 안착’이다. 기업을 유치하는 것과 기업이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업이 산업단지에 입주하더라도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교통·주거·교육 등의 정주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면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경기도와 남양주시, LH·GH 등 사업시행자 사이의 역할 분담과 협력이 중요하다. 산업단지 기반시설은 누가 언제까지 구축할 것인지, 기업 유치 인센티브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입주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도의회의 역할도 예산과 제도 측면에서 이 지점과 연결된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의 의미를 산업정책만으로 한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왕숙신도시 자체가 대규모 주택 공급 사업이기 때문이다. 신도시 정책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과제 가운데 하나는 주거와 일자리의 불균형이다.
주택은 빠르게 늘었지만 지역 내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주민 상당수가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해야 한다. 교통 수요가 증가하고 도시는 낮 시간대 공동화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왕숙신도시는 이 문제를 산업단지와 함께 풀겠다는 구상이다. 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신도시에서 거주하는 ‘직주근접’ 구조를 만들어 낸다면 기존 신도시와 다른 성장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남양주시도 최근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주택 공급이 이른바 ‘베드타운’ 확대에 머물지 않도록 자족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왕숙 산단의 성과는 단순히 분양률이나 입주기업 숫자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얼마나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는지, 지역 주민이 그 일자리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지,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이 연결되는 혁신생태계가 만들어지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남양주시가 현재 제시한 사업기간은 2026년부터 2032년까지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산업단지 조성과 기반시설 구축이 일정대로 진행돼야 한다. 광역교통망과 산업단지의 연결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AI와 ICT, 바이오·의료, R&D 등 당초 목표로 한 미래산업 분야의 경쟁력 있는 기업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핵심이다.
산업단지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투자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교통과 전력, 인재, 세제와 금융지원, 연구개발 환경, 정주여건까지 경쟁 산업단지보다 매력적인 조건을 갖춰야 한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가 수도권 동북부의 산업지도를 바꿀 것인지도 결국 여기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유호준 의원은 “앞으로 왕숙 산단이 남양주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핵심 혁신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남양주시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빈틈없이 챙기겠다”고 밝혔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이제 행정절차의 중요한 문턱을 넘어섰다. 그러나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다. 120만㎡라는 거대한 공간에 어떤 기업과 인재가 들어오고, 그 기업들이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산업단지의 성장이 남양주 시민의 삶과 지역경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게 된다.
왕숙신도시가 ‘집이 많은 도시’를 넘어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도시’로 갈 수 있을지, 수도권 동북부에 새로운 첨단산업 축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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