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화성 넘어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화성 만들 것”
[이코노미세계] 도시가 커질수록 행정의 시선은 새로운 개발과 미래 성장에 쏠리기 쉽다. 도로를 놓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며 기업을 유치하고 새로운 주거지를 만드는 일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성장의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도시에서 평생을 살아온 시민이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문제 역시 중요한 기준이다.
인구 108만의 대도시로 성장한 화성특례시가 마주한 과제도 여기에 있다. 화성특례시의회가 30일 화성특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30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지역사회를 지켜온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의회가 내놓은 메시지는 단순한 경로효친 차원의 축하에 머물지 않았다.
‘오래 사는 화성’을 넘어 ‘오래도록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화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령사회를 바라보는 지방의회의 정책적 관점이 ‘수명’에서 ‘삶의 질’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날 기념식에는 이계철 화성특례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정순영 의회운영위원장, 김미영 문화체육위원장, 신동희·유지혜·이남근·장철규·최태양 의원이 참석했다. 대한노인회 화성지회 박학순 지회장과 읍·면·동 분회장, 노인대학 학장, 노인회장, 유관기관·단체장과 지역 어르신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에서는 노인복지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한 표창도 진행됐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이계철 의장의 축사였다. 이 의장은 평소 지역 곳곳에서 어르신들을 만나 손을 맞잡았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어르신의 손을 잡아보면 저보다 힘이 더 좋으신 분들이 많다”며 “그 손을 오래오래 건강하게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짧은 말이지만 여기에는 노인복지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담겨 있다. 고령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일상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 사회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서 존중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의장 역시 ‘오래 사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구분했다. 또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오래도록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 가까운 경로당에서 친구를 만나고 복지관에서 배우고 운동하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행복한 노후”라고 말했다. 노인복지의 무게중심을 시설이나 일회성 지원에만 두기보다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일상 공간으로 옮겨야 한다는 메시지다.
특히 이 의장이 언급한 ‘집 가까운 경로당’과 ‘복지관’은 주목할 만하다. 노년의 삶에서 복지는 거창한 정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침에 집을 나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이웃을 만나고, 함께 식사하고, 운동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상이 중요하다. 문화생활을 즐기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가까운 곳에 있는 것 역시 삶의 질과 직결된다.
결국 고령친화도시의 핵심은 어르신의 생활 반경 안에 필요한 서비스가 얼마나 촘촘하게 배치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건강과 의료, 돌봄뿐 아니라 문화와 여가, 교육, 운동, 사회적 관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화성처럼 도시 규모가 크고 생활권의 특성이 다양한 지역에서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지역별 생활환경이 다른 만큼 노인복지 역시 일률적인 접근보다는 어르신들의 실제 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작동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을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보는 관점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친구를 만나고 운동하고 배우며 사회와 관계를 이어가는 ‘생활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면 노년층의 일상은 달라질 수 있다.
이계철 의장의 발언에서 ‘친구’, ‘배움’, ‘운동’, ‘문화생활’이 함께 언급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노후의 행복을 경제적 지원이나 돌봄 하나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일상적인 사회관계와 활동까지 함께 바라본 것이다.
이번 기념식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어르신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 의장은 “108만 화성특례시에서 어르신들은 지금도 가족과 이웃을 챙기며 지역사회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을 “화성의 든든한 현역”이라고 표현했다.
노인을 단순히 지원과 돌봄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복지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어르신을 지역사회와 분리하지 않는 것이다.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지역사회에서 활용하고 세대와 세대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동체 전체에도 의미가 있다. 가족과 이웃을 돌보고 지역사회의 각종 활동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이미 지역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노년을 ‘사회활동에서 물러나는 시기’로만 규정할 경우 이러한 역할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반대로 어르신을 지역사회의 주체로 인정하면 정책의 방향도 달라진다. 보호와 지원을 넘어 참여와 활동, 관계 형성의 기회를 함께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복지 정책이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로 확장돼야 하는 이유다.
화성특례시의회도 향후 의정활동의 방향으로 ‘일상’을 강조했다. 의회는 앞으로 어르신들의 생활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건강과 돌봄, 문화와 여가 등 일상에서 필요한 부분을 챙기고 의회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건강과 돌봄에 문화와 여가가 함께 언급됐다는 점이다. 고령사회 정책은 흔히 의료와 돌봄 문제에 집중된다. 물론 건강과 돌봄은 노년의 삶에서 핵심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문화·여가생활에서 소외된다면 행복한 노후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령사회 정책은 여러 영역을 동시에 바라봐야 한다. 경로당과 복지관을 이용하기 편리한 환경인지, 생활 속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한지, 문화 프로그램에 접근하기 쉬운지,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가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행정이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한다면 의회는 시민들의 요구가 실제 정책과 예산에 제대로 반영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며 사업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것도 의회의 몫이다. 특히 노인복지는 정책 대상자의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는 만큼 현장성이 중요하다. 제도가 존재하는 것과 시민이 실제로 혜택을 체감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계철 의장이 제시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화성의 든든한 현역이신 어르신들이 오래 사시는 화성을 넘어 오래도록 건강하고 즐겁게 사시는 화성을 만들겠다.” 이 발언은 앞으로 화성의 노인정책을 바라보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고령사회의 정책 목표가 단순히 평균수명 연장이나 시설 확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르신이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서 건강을 유지하고 친구를 만나며 배우고 운동하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다시 말해 ‘평범한 일상’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복지정책의 성패 역시 결국 시민의 일상에서 평가받는다. 새로운 시설 하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시설을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프로그램이 실제 수요와 맞는지,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되는지를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어르신 개개인의 건강상태와 경제적 여건, 가족관계와 거주환경 등이 서로 다른 만큼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세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화성특례시는 빠르게 성장해 온 도시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행정 수요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도시개발과 산업, 교통 같은 성장정책과 함께 시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복지정책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령사회에서 노인정책은 특정 연령층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늘의 청년과 중장년 역시 언젠가는 노년을 맞는다. 어떤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도시를 만들 것인가는 결국 모든 세대의 미래와 연결된다.
어르신이 살기 편한 도시는 보행환경과 교통, 의료, 문화시설, 공공서비스 접근성이 개선된 도시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어린이와 장애인, 임산부 등 다른 시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고령친화정책은 복지정책인 동시에 도시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화성특례시의회가 노인의 날을 맞아 던진 메시지가 단순한 기념사를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인의 날은 어르신들의 헌신에 감사하는 날이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경로당에서 친구를 만나고 복지관에서 배우고 운동하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평범한 하루’를 얼마나 오래 지켜줄 수 있는지가 고령사회 정책의 실제 성적표가 될 수 있다.
화성특례시의회가 밝힌 건강·돌봄·문화·여가 중심의 방향 역시 앞으로 구체적인 의정활동으로 연결돼야 한다. 현장의 요구를 확인하고 정책의 빈틈을 찾으며 필요한 예산과 제도를 살피는 과정이 뒤따를 때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화성’이라는 목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30일 화성특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30회 노인의 날 기념식은 그래서 한 번의 축하행사만으로 볼 수 없다. 108만 대도시 화성이 앞으로 어떤 노후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자리이기도 했다.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성장했느냐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친구를 만나고, 배우고, 운동하고, 문화를 즐기며 자신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라고 느낄 수 있는가. ‘오래 사는 화성’을 넘어 ‘오래도록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화성’으로 가겠다는 화성특례시의회의 약속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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