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확대·재개발·재정비에서 관리 투명성 강화까지 폭넓게 논의
“입주민 생활환경 개선은 구리시민 전체 복리증진과 직결”
[이코노미세계] 구리시의 주택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공동주택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시민 생활과 도시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구리시민의 7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아파트 주차 문제와 노후 시설, 관리비, 재개발·재정비, 공동주택 관리 투명성 등은 일부 단지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구리시 전체의 생활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이 노후화될수록 시설 개선과 안전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둘러싼 주민 이해관계도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행정이 공동주택 문제를 개별 단지 내부의 문제로만 바라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구리시의회와 지역 공동주택 주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주택 정책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했다.
구리시의회는 9월 29일 오후 5시 의회 멀티룸에서 구리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와 간담회를 열고 공동주택 입주민의 주거환경 개선과 공동주택 관리 발전을 위한 현안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양경애 구리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과 고기환 구리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주목할 부분은 논의된 의제가 특정 아파트의 민원이나 시설 보수 문제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동주택 보조금부터 주차장, 재개발, 노후 아파트 재정비, 품질점검, 준공도서 검증, 공동주택 관리 감사, 정비사업 조합 관리·감독까지 공동주택의 건설과 입주, 관리, 노후화와 정비에 이르는 사실상 ‘전 생애주기’에 걸친 문제가 제기됐다.
첫 번째 쟁점은 공동주택 보조금이다. 연합회는 이날 공동주택 보조금 지원사업 증액을 건의했다. 공동주택의 시설 유지·관리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다.
공동주택 보조금 문제는 앞으로 구리시 주거정책에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가 오래될수록 공용시설 보수와 안전관리, 주민 편의시설 개선 등 관리해야 할 분야가 늘어난다. 주민들의 자체 부담만으로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단지에서는 지방정부의 지원정책이 주거환경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투입할 것인가다. 단순히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노후도와 안전성, 사업의 시급성, 주민 수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우선순위를 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과제가 뒤따른다.
특히 공동주택 지원정책이 개별 단지에 대한 일회성 보조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주거환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건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주차 문제도 핵심 현안으로 제기됐다. 연합회는 원일가대라곡 아파트 주민들과 관련된 원일공원 지하주차장 기부채납 계획에 주민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도심의 주차난 해소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대표적인 생활 현안이다. 특히 기존 주거지역은 새로운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공원이나 공공시설 지하 공간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검토되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 생활권과 직접 맞닿아 있는 시설일수록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 주차장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과 인근 주민들의 생활환경, 안전, 시설 이용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주민 의견 반영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됐다는 것은 앞으로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행정기관과 주민 간 충분한 소통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 수택동 재개발 지역 편입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연합회는 이날 수택동 재개발 지역 편입을 건의사항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노후 주거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공간을 재편한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하지만 정비구역의 범위와 사업 방식 등에 따라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행정적 검토와 주민 의견 수렴이 함께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정비사업은 계획 수립부터 실제 사업 완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사업 과정에서 주민들의 재산권과 주거 문제가 맞물린다.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관계자 간 의견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후 공동주택 문제 역시 이번 간담회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연합회는 경기도 공동주택 재정비 컨설팅 지원사업과 관련한 예산 편성과 사업 추진을 요구했다. 노후 아파트의 재정비 문제는 단순한 시설 보수를 넘어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연결된다.
주민들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정비 방안을 검토하려 해도 관련 법규와 사업성, 절차 등이 복잡해 초기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이 제공하는 전문적인 컨설팅은 주민들이 사업 방향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행정의 역할도 단순한 인허가 기관에 머물지 않고 주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관련 예산 편성과 추진 문제가 제기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논의는 기존 아파트의 관리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새로 건설되는 공동주택의 품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도 나왔다.
연합회는 공동주택 품질점검 보완제도 신설을 제안했다. 공동주택은 한 번 건설되면 수십 년간 시민의 생활 공간으로 사용된다. 건설 당시 품질 문제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을 경우 입주 이후 주민들의 불편과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준공과 입주 단계에서부터 품질을 철저히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 연합회가 품질점검 제도의 보완을 요구한 것은 공동주택 정책의 초점을 ‘공급 물량’뿐 아니라 ‘주택의 품질’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연합회는 ‘준공도서 정합성 검증 절차’ 도입도 요구했다. 준공 이후 실제 시설과 관련 자료 사이의 일치 여부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공동주택은 건설이 끝나는 순간부터 장기간의 유지·관리 단계로 들어간다. 시설을 보수하거나 교체할 때 정확한 자료가 확보돼 있지 않다면 관리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건설 단계의 자료가 향후 공동주택 관리로 정확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제안에 담겨 있다.
아울러 아파트 관리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연합회는 공동주택관리 감사와 기술자문단 운영을 제안했다.
공동주택 관리에는 회계뿐 아니라 시설과 안전, 각종 공사 등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분야가 많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만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전문적인 행정·기술 지원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감사와 기술자문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 경우 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민 갈등을 줄이고 공동주택 관리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관건은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전문인력과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요구도 나왔다. 연합회는 정비사업 조합의 운영뿐 아니라 청산 과정까지 관리할 수 있는 감독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정비사업은 주민 재산과 직결되고 사업 기간도 길기 때문에 투명한 운영이 중요하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주요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행정의 역할을 강화해 달라는 요구로 볼 수 있다.
사업 완료 이후 조합 청산 단계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제안이 포함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현장에서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연합회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의 역량 강화를 요구한 이유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의 주요 관리 현안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주민 자치기구다. 관리주체 역시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시설과 비용을 관리한다.
관련 법규와 회계, 공사계약, 시설관리 등에 대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 지원체계가 강화될 경우 공동주택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공동주택 관리의 질을 높이려면 행정기관의 감독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주민 대표와 관리주체의 역량을 함께 높이는 ‘지원과 관리의 병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 대한 관리지원 확대 요구도 제기됐다. 규모와 여건에 따라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관리 지원을 받기 어려운 공동주택까지 정책 대상을 넓혀 관리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공동주택 정책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집중될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동주택 주민들이 지원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주택 규모와 관계없이 시민들이 기본적인 안전과 주거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책의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 역시 향후 검토 과제가 될 수 있다.
연합회가 이날 제안한 제도 개선 사항은 공동주택 품질점검 보완제도 신설, 준공도서 정합성 검증 절차 도입, 공동주택관리 감사 및 기술자문단 운영, 정비사업 조합 운영·청산 감독체계 구축,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 역량 강화,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관리지원 확대 등이다.
공동주택 주민들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는 결국 ‘생활’에 있다. 고기환 구리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회장은 공동주택을 시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생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공동주택은 시민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생활 공간인 만큼 주차·안전, 시설관리, 환경, 관리비 등 다양한 현안이 발생하고 있다”며 “입주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 소통하며 의회와 집행기관, 시민들이 협력한다면 시민의 시각에서 더 나은 구리시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처럼 공동주택 문제는 주민들이 매일 체감하는 생활 문제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면 매일 밤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시설이 노후화되면 안전과 생활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관리 과정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주민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공동주택 정책은 거창한 개발사업보다 시민이 정책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행정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구리시의회도 공동주택 문제를 주요 생활정책으로 바라보고 있다.
양경애 의장은 “구리시민의 7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아파트 입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은 곧 구리시민 전체의 복리증진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제안된 현장의 목소리를 면밀히 살펴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리시의회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70% 이상’이라는 수치는 이번 간담회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공동주택 거주자가 시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도시에서는 아파트 정책이 곧 시민 생활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주차와 시설 보수 같은 일상적인 문제부터 노후 아파트 재정비와 재개발 같은 도시계획 문제, 관리 투명성과 품질점검 같은 제도적 문제까지 공동주택과 연결되는 정책 영역도 넓다.
이제 관심은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요구가 실제 정책으로 얼마나 이어질지에 모인다. 간담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결국 예산과 조례, 행정제도에서 만들어진다.
공동주택 보조금 증액 요구는 재정 여건과 지원 기준을 검토해야 하고, 노후 아파트 재정비 컨설팅 역시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과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품질점검과 준공도서 검증, 관리 감사, 기술자문단 운영 등의 제안 역시 기존 제도와의 관계 및 지방정부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수택동 재개발 지역 편입이나 원일공원 지하주차장 관련 사안처럼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은 더욱 세밀한 주민 의견 수렴이 요구된다.
결국 이번 간담회의 성패는 제기된 요구사항 가운데 어떤 사안을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어떻게 정책으로 구체화하느냐에 달렸다.
이번 간담회가 던지는 또 하나의 화두는 공동주택 정책의 방향이다. 지금까지 도시 주택정책이 새로운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에 상당한 관심을 뒀다면, 앞으로는 이미 건설된 공동주택을 어떻게 안전하고 쾌적하게 관리할 것인지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노후 공동주택이 늘어나면 단순한 시설 보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나타난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검토해야 하고, 사업을 추진하기 전 주민들에게 전문적인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할 필요도 커진다. 동시에 정비사업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합 운영과 청산까지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수 있다.
새 아파트의 품질관리와 기존 아파트의 유지관리, 노후 아파트의 재정비를 하나의 정책 흐름으로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구리시의 공동주택 정책은 이제 중요한 선택의 지점에 서 있다. 공동주택 거주 시민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단순한 사적 영역이나 개별 단지의 민원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주차와 안전, 관리비와 시설관리, 노후화와 재정비는 시민 삶의 질과 직접 연결되는 도시 문제다. 특히 이번 간담회에서 제시된 건의사항들은 주민들이 현장에서 무엇을 불편해하고 어떤 제도적 지원을 원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동주택 보조금을 어느 수준까지 확대할 것인지, 노후 아파트 재정비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품질점검과 관리 감독을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 것인지 등은 앞으로 구리시와 구리시의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약속을 구체적인 정책 변화로 연결하는 일이다. 구리시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한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공동주택 정책은 더 이상 특정 단지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아파트의 주차장을 개선하고 노후 시설의 안전성을 높이며 관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은 결국 구리시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9월 29일 구리시의회 멀티룸에서 열린 간담회는 그 과제를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간담회에서 나온 여러 제안을 예산과 제도, 행정으로 연결하는 후속 조치다. 주민과 의회, 집행기관 사이의 지속적인 소통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구리시 공동주택 정책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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