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0개월간 2166건 '정보공개 폭탄' 논란... 화성시, 결국 경찰 고발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 2026-11-04 18:11:37
4주간 릴레이 시위·시민 홍보 추진, 정보공개제도 개선 요구 확산
[이코노미세계]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보공개제도가 오히려 행정 현장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 화성특례시에서 특정 청구인 한 명이 10개월 동안 2000건이 넘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를 단순한 민원 증가가 아니라 공무원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시민 행정서비스까지 위축시키는 심각한 문제로 규정했다.
정보공개제도는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적 장치다. 그러나 청구가 특정 공무원을 압박하거나 행정기관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목적으로 반복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반대로 청구 횟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시민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할 수 있을까.
이번 화성특례시 사례는 정보공개제도의 본래 취지를 지키면서도 반복적이고 과도한 청구에 따른 행정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화성시지부는 4일 오전 11시 화성시청 본청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청구인의 반복적인 정보공개 청구를 규탄했다. 노조는 담당 공무원 보호 대책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향후 4단계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과 경기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경기도 내 시·군 지부장 및 간부, 화성 희망연대 대표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안을 개별 공무원의 업무 부담 문제가 아닌 공공행정의 지속 가능성과 공무원 노동자의 권익이 걸린 문제로 보고 공동 대응 의지를 밝혔다.
화성시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26일까지 특정 청구인 한 명이 제출한 정보공개 청구는 모두 2166건이다. 청구 한 건에 평균 10개의 세부 항목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담당 공무원이 검토해야 하는 항목은 2만 건을 넘어선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이를 기간별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약 7.2건의 정보공개 청구가 접수된 셈이다. 단순히 청구 건수만으로 업무 부담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검토 항목의 규모를 고려하면 행정 현장에 상당한 부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청구 1건당 평균 10개 항목을 기준으로 한 추정치. 하루 평균은 299일을 기준으로 계산했으며, 실제 업무일 기준 수치는 아니다. 정보공개 청구가 접수되면 담당 부서는 요청한 자료의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공개 가능 범위를 검토해야 한다. 개인정보나 비공개 대상 정보가 포함돼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자료가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으면 담당자 간 협의가 필요하고, 공개 여부를 둘러싼 이의신청까지 이어질 경우 추가 검토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러한 절차가 반복적으로 집중될 때 나타난다. 화성시지부는 방대한 자료 수집과 공개 여부 판단, 반복되는 이의신청 처리로 공무원들의 행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담당 공무원들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무기력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처리해야 할 문서의 양이 많다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업무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담당 공무원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다른 행정업무에 투입할 시간과 인력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정보공개 청구에 대응하는 시간 역시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행정의 일부다. 따라서 청구의 정당성과 별개로 행정 자원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정보공개 청구 건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청구 목적이 부당하거나 불법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청구 내용과 반복 경위, 정보의 공익성, 실제 업무 방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안에서도 청구 횟수뿐 아니라 개별 청구의 내용과 필요성, 행정기관이 처리한 방식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정보공개제도는 국민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정보를 확인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시민은 행정기관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 공공기관 역시 법령에서 정한 범위에 따라 정보를 공개할 책임이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과 인허가, 공공사업 추진 과정은 주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정보공개의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와 특정인을 괴롭히거나 행정업무를 마비시키기 위한 행위 사이에는 구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성시지부는 이번 사례를 정보공개제도의 취지가 훼손된 상황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반복적인 청구가 담당 공무원의 정상적인 업무를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일반 시민에게 제공해야 할 행정서비스에도 지장을 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공무원 개인의 근무환경을 넘어 행정서비스의 질과도 연결된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은 복지·교통·환경·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업무를 담당한다. 특정 업무에 지나치게 많은 행정력이 집중될 경우 다른 민원과 정책 집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어느 정도의 행정서비스 차질이 발생했는지는 담당 인력과 처리 시간, 다른 민원 처리 지연 여부 등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을 추진할 때도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반복 청구에 대한 제한 기준이 지나치게 넓게 설정되면 공공기관의 잘못을 감시하거나 비공개 행정을 바로잡으려는 시민의 정당한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청구 목적과 관계없이 모든 반복 청구를 동일하게 처리해야 한다면 행정기관이 악의적인 청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청구 건수만으로 판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청구 목적과 내용, 반복성, 공익적 필요성, 실제 피해 여부 등을 고려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화성시지부는 이를 위해 정보공개 청구가 괴롭힘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이민원 해당 여부를 검토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별도의 가공이 필요한 정보의 처리 방식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가공이 필요한 정보를 일률적으로 부존재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현행 법령과 관련 해석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행정기관이 이미 보유한 정보와 새롭게 작성해야 하는 정보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해야 정보공개권 침해 논란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노조는 피해 공무원에 대한 법률 지원과 심리 상담, 특별휴가 등 실효성 있는 보호 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행정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담당 공무원 개인에게 맡기지 않고 기관과 조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와 화성시지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단계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4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조합원 참여를 확대하고 시민사회와 연대하면서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정보공개 청구의 규모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상징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갑 티슈 2000개 탑 쌓기'를 통해 반복적이고 대량으로 접수되는 정보공개 청구가 행정 현장에 주는 부담을 표현했다.
노조는 이번 퍼포먼스가 단순한 항의에 그치지 않고 공무원들이 직면한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기자회견 이후 4주 동안 평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조합원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이는 공무원들이 겪고 있는 업무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알리고 조직 내부의 공동 대응 의지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어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제도 악용 문제를 알리는 홍보 활동도 추진한다.
홍보 장소는 동탄역과 병점역, 향남2 로데오거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노조는 시민들에게 홍보 물품을 배부하며 악의적인 정보공개 청구의 중단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마지막 단계는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요구다. 노조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면담을 추진하고 정보공개법 개정 의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공무원 개인의 피해 구제에 머물지 않고 반복적이고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을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최태성 화성시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응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이번 투쟁은 시민의 정당한 알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취지를 악용해 공무원을 괴롭히는 행태를 바로잡고 공무원 노동자의 생존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건강한 행정 서비스가 다시 시민들에게 되돌아갈 수 있도록 정보공개 청구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에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화성특례시도 별도의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화성시는 지난 10월 22일 해당 정보공개 청구인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은 노조의 집단 대응과 행정기관의 형사 고발이 함께 진행되는 상황으로 확대됐다.
다만 고발은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절차이며, 해당 청구인의 위법성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향후 수사에서는 정보공개 청구의 구체적 내용과 반복 경위, 청구인의 행위가 공무집행에 미친 영향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보공개 청구가 법률상 보장된 권리라는 점에서 정당한 청구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위의 경계를 어떻게 판단할지도 주목된다.
이번 사안은 지방행정 현장에서 시민의 권리와 공무원의 근무환경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정보공개제도는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장치다. 시민이 공공기관의 결정과 집행 과정을 확인할 수 없다면 행정에 대한 신뢰 역시 확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제도의 목적을 벗어난 청구로 공무원이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을 겪거나 정상적인 행정업무가 위축되는 상황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제도 개선 논의에서는 크게 세 가지 과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반복적이고 과도한 청구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단순히 청구 횟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제한하기보다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반복 여부, 청구 목적, 정보의 공익성, 행정기관의 실제 처리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대량의 정보공개 청구가 접수되면 특정 담당자가 모든 업무를 감당하도록 하는 대신 법률 검토와 부서 간 협조, 심리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셋째는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다. 제도 개선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책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자의적인 청구 거부를 막을 수 있는 기준과 불복 절차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
행정 효율성과 정보 접근권은 반드시 대립하는 가치만은 아니다. 정보공개 절차를 명확하게 만들고 공공기관이 자주 청구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한다면 시민의 정보 접근 편의성을 높이면서 반복적인 업무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결국 이번 문제의 해법은 정당한 정보공개 청구를 보장하면서도 제도 악용이 의심되는 사례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
화성특례시에서 제기된 정보공개 청구 논란은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국한된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지방행정이 복잡해지고 행정정보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다양해질수록 정보공개를 둘러싼 갈등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공개 업무는 시민의 권리 보장이라는 공익성과 담당 공무원의 업무 부담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번 기자회견에 경기도 내 여러 시·군 지부장과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조가 향후 국회의원 면담과 법 개정 의견서 제출까지 예고한 만큼 논의가 제도 개선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실제 법률 개정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반복 청구의 유형, 현행 제도의 한계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담당 공무원이 정보공개 청구 처리에 투입한 시간과 인력, 이의신청 처리 규모, 다른 행정서비스에 미친 영향 등이 확인된다면 제도 개선 논의의 근거도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
국회와 관계기관 역시 청구인에 대한 제한 규정을 마련하는 문제뿐 아니라 정보공개 시스템 개선과 적극적인 사전 정보공개 확대, 공무원 보호 체계 구축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민의 알 권리와 공무원의 건강권은 어느 한쪽을 희생해야만 지킬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시민이 필요한 정보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공무원 역시 안정적인 환경에서 법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화성특례시에서 시작된 이번 갈등이 단순한 청구인과 행정기관 사이의 법적 다툼을 넘어 정보공개제도의 운영 방식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정보공개의 본질은 행정을 마비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데 있다. 동시에 공무원 보호의 목적 역시 시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행정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있어야 한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결국 시민의 권리와 행정의 책임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제도적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