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치 넘어 ‘기존 기업 재투자’ 전략으로 전환
연구·업무 기능 확충, 첨단산업 생태계 강화 주목
[이코노미세계] 경기 화성특례시와 삼성전자가 다시 손을 맞잡았다. 규모는 1조7000억원이다. 단순히 기업 한 곳의 시설투자가 늘어나는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생산거점 가운데 하나인 화성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지방정부가 투자 확대와 연구·업무 기능 확충, 미래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경제 활성화를 하나의 틀로 묶는 새로운 협력체계를 가동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28일 삼성전자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과 ‘미래성장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 시장은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협약을 소개하면서 “민선 9기 들어 처음으로 1조7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삼성전자를 화성이 인구 108만명의 대한민국 대표 도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명확하다. 기업이 투자하고 지방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기존의 단선적인 기업 유치 방식을 넘어, ‘기업 투자→기업 성장→산업 경쟁력 강화→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화성특례시가 삼성전자와의 이번 협약을 ‘미래성장 동맹’으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성특례시와 삼성전자는 28일 화성시청 중앙회의실에서 미래성장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정명근 시장과 조승문 제2부시장 등 시 관계자,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주요 임원이 참석했다.
양측이 합의한 협력 분야는 크게 네 가지다.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와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연구·업무 기능을 확충해 미래첨단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여기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사회 상생을 추진하고, 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화성시 관계부서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행정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투자 규모다. 삼성전자는 화성지역에서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보도에서는 화성캠퍼스 연구동 신축 등이 투자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화성시는 구체적인 투자 내용과 추진 시기는 사업 여건과 추진 상황 등을 고려해 삼성전자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1조7000억원 전체의 세부 사업과 집행 시점이 모두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 시장은 이번 투자를 민선 9기 출범 이후 첫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투자 규모 자체도 중요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미 핵심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화성에 추가 투자를 추진한다는 점이 더욱 눈여겨볼 대목이다. 기업을 새로 유치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기업이 사업장을 확대하고 다시 투자하도록 만드는 ‘재투자 생태계’가 도시 산업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화성의 인연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화성특례시가 인구 108만명의 대한민국 대표 도시로 성장해 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기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협약을 계기로 기존의 동반성장을 더욱 확대하고 실질적인 상생을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서 이번 협약의 두 번째 의미가 드러난다. 지방정부의 기업정책이 과거에는 외부 기업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이미 지역에 자리 잡은 핵심 기업이 추가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대규모 투자는 단순히 공장 부지만 확보한다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통과 기반시설, 인허가, 연구개발 인력 확보, 협력기업 생태계, 정주환경 등 다양한 조건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화성시가 이번 협약에서 ‘기업 현안 해결을 위한 관계부서 협업 및 행정지원’을 별도의 협력 분야로 포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는 삼성전자의 투자와 기업활동 과정에서 현안이 발생할 경우 관계부서 간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관계 법령과 행정절차 범위 안에서 필요한 사항을 검토·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유치 경쟁의 무게중심이 ‘한 번의 투자협약’에서 ‘계속 투자할 수 있는 도시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협약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대목은 ‘연구·업무 기능 확충’이다. 삼성전자와 화성시는 단순한 시설 확대뿐 아니라 연구·업무 기능 확충과 미래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협력 분야로 명시했다.
이는 화성이 생산 중심의 산업도시를 넘어 연구개발과 첨단기술, 고급 인력이 집적되는 산업 거점으로 성장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하나의 대기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 조직, 전문인력, 대학과 연구기관, 물류와 기반시설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경쟁력 있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가 실제 집행 단계로 들어갈 경우 관심은 자연스럽게 주변 산업 생태계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자체 투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협력기업의 추가 투자와 고용, 연구개발 기능 확대 등으로 얼마나 연결되느냐가 지역경제 측면에서는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화성시 역시 이번 협약의 목적을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성장과 투자를 화성의 산업경쟁력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는 데 두고 있다.
결국 1조7000억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투자가 지역 안에서 얼마나 넓고 깊은 경제적 연결망을 만들어내느냐다.
그러나 대규모 기업 투자가 발표될 때마다 지역사회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일자리다. 공장과 연구시설이 들어서더라도 지역 주민의 고용과 지역 기업의 참여,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화성시가 이번 협약에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사회 상생’을 포함한 것도 이런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시장 역시 “기업의 성장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다시 시민 여러분의 행복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화성시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대기업의 투자액 자체를 성과로 제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실제 투자 집행 과정에서 지역기업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신규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지는지, 지역 상권과 세수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첨단산업 투자는 전통 제조업 투자와 고용구조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연구개발과 자동화 설비의 비중이 커질수록 단순히 투자금액과 고용인원을 비례해서 바라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문인력 양성과 교육, 정주환경 개선까지 연결된 장기적인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협약에는 지방정부 기업지원 정책의 변화도 담겨 있다.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다 보면 각종 인허가와 기반시설, 교통, 환경 등 여러 행정부서와 관련된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담당부서가 나뉘어 있을수록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화성시는 이를 줄이기 위해 기업 현안에 관계부서가 공동 대응하는 협업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행정지원의 핵심을 보조금 등 직접적인 재정지원에만 두지 않고 ‘기업의 시간을 줄여주는 행정’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물론 행정지원은 관계 법령과 절차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화성시 역시 공식 발표에서 법령과 행정절차의 범위에서 필요한 사항을 적극 검토·지원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투자 속도를 높이면서도 적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것.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관리해야 하는 지방정부가 동시에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번 협약을 관통하는 정명근 시장의 메시지는 ‘재투자’다. 삼성전자를 화성의 산업 발전과 미래첨단산업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온 핵심 파트너로 평가하면서 이번 협약을 “기업의 성장과 도시의 미래를 하나로 연결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업이 화성에서 투자하고 성장한 뒤 다시 화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기업이 한 차례 투자하고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다시 투자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이 현실화하려면 지방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투자협약 체결과 기업 유치 실적 발표에 집중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투자한 이후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연구개발과 인력, 교통·주거 등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도시환경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삼성전자와의 이번 협약은 이런 측면에서 정 시장의 기업정책을 평가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화성은 급격한 인구 증가와 산업화를 동시에 경험한 도시다. 정 시장은 현재 화성을 인구 108만명의 대한민국 대표 도시라고 표현했다. 이제 화성이 직면한 과제는 도시의 ‘규모’를 키우는 것에서 ‘질’을 높이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 수와 투자금액을 늘리는 것을 넘어 어떤 산업을 육성할 것인지, 시민들이 그 성장의 효과를 얼마나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은 국가 차원의 산업경쟁력과 직결돼 있다. 글로벌 기업의 투자 결정과 지방정부의 산업·도시정책이 맞물리는 이유다.
이번 삼성전자 투자계획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화성은 기존 반도체 산업 기반에 연구·업무 기능을 추가하면서 첨단산업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협약은 출발점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삼성전자가 화성에서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세부 내용과 시기를 사업 여건에 따라 화성시와 계속 협의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실제 투자 집행 규모와 속도, 신규 고용 효과, 지역기업 참여 정도 등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이번 협약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은 결국 ‘1조7000억원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 발표가 실제 시설투자로 이어지고, 다시 연구개발과 협력기업 성장, 일자리 증가, 지역 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화성시가 제시한 ‘선순환형 상생모델’ 역시 이 과정이 실제 작동해야 의미를 갖는다. 기업에는 투자하기 좋은 도시, 시민에게는 기업 성장의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도시를 동시에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에도 화성은 중요한 사업 거점이다. 삼성전자 측은 화성을 회사의 성장과 함께해 온 중요한 사업 거점으로 평가하며 화성시와 긴밀하게 협력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명근 시장 역시 기업의 성장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시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화성특례시와 삼성전자가 내건 ‘미래성장 동맹’은 이제 협약서에서 현실의 투자 현장으로 옮겨가야 한다.
1조700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가 화성의 산업 지형을 어떻게 바꾸고, 기업과 도시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