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추석을 앞둔 전통시장은 도시의 민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의 발걸음과 상인들의 표정에는 지역경제의 온도가 담긴다.
특히 여러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는 전통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주민과 주민을 연결하는 생활 공동체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임병택 시흥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정왕시장을 찾았다. 임 시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왕시장 방문 사실을 전하며 정왕본동을 “외국인 가정과 주민들이 많은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방문에서 눈길을 끈 것은 시장 순방 자체보다 ‘사람’이었다. 임 시장은 시장 상인들을 만나 명절 인사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정왕본동 주민대표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정왕본동을 사랑하는 주민대표님들이 찾아와 주셨다”며 이들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정왕본동 마을을 지켜주시는 반가운 분들”이라고 표현했다.
추석을 앞둔 시장 방문이라는 평범해 보이는 일정 속에 정왕본동이라는 지역이 가진 특수성이 겹쳐진 셈이다.
정왕본동과 정왕동 일대는 시흥에서도 다양한 주민들이 생활하는 지역이다. 임 시장이 특별히 ‘외국인 가정과 주민들이 많은 마을’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행정에는 도시 기반시설을 정비하거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큼 서로 다른 생활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하나의 지역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도록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전통시장은 이런 지역적 특성이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공간 중 하나다. 시장에서는 국적이나 연령, 직업과 관계없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난다. 대형 유통시설에서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가 일회성 거래에 그치기 쉽지만, 동네 시장에서는 상인과 주민이 얼굴을 익히고 일상을 공유한다.
그래서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단순히 매출과 점포 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지역 주민들의 관계가 형성되는 생활공간이라는 가치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임 시장 역시 이번 방문에서 상인과 주민대표들과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 “시장 상인분들과의 만남도 감사했고, 주민대표님들과의 차 한잔 시간도 감사했다”고 밝혔다.
시장 방문을 단순한 명절 인사 일정으로만 규정하지 않고 주민들과 관계를 확인하는 자리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임 시장이 내놓은 메시지의 핵심은 ‘공동체’였다. 주민과 상인을 만난 뒤 “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우리 시흥시라는 굳은 믿음을 다시 확인한다”고 했다. 첨부 원문의 맞춤법과 문장을 기사 문체에 맞게 다듬으면, 정왕본동 주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결국 시민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지방행정에서 주민 참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흥시는 현재 주민들이 직접 지역 사업을 제안할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흥시에 주소를 둔 시민뿐 아니라 지역 내 기관·단체·학교 근무자와 사업체 임직원도 제안사업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왕본동에도 주민참여예산 접수 창구가 마련돼 있다. 시흥시 공식 주민참여예산 안내에 따르면 정왕본동 행정복지센터가 주민참여예산 관련 오프라인 접수처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이 행정의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가 제도화돼 있는 것이다.
시흥시는 올해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운영하며 분과회의와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 공식 자료에는 2026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분과회의와 제1차 전체회의 결과 등이 공개돼 있다.
이 같은 제도적 참여와 시장·골목에서 이뤄지는 일상적 소통이 연결될 때 주민자치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정왕본동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표현은 다른 지역보다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임 시장이 이번 방문에서 외국인 가정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을 직접 언급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도시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늘어나면 지방정부의 행정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생활정보 전달부터 교육, 복지, 안전, 지역경제, 주민자치에 이르기까지 기존 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해진다.
특히 명절은 이런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기다. 전통적인 가족과 고향의 의미가 강조되는 명절이지만, 산업도시와 다문화 지역에서는 고향의 개념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 정착해 일하고 자녀를 키우며 생활하는 외국인 주민에게는 현재 살아가는 도시가 또 하나의 생활 터전이 된다.
그런 점에서 정왕본동 같은 지역에서는 ‘주민’이라는 개념을 얼마나 폭넓게 바라볼 것인지가 지역 공동체 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행정이 주민을 국적이나 출신에 따라 구분하는 것을 넘어 실제 생활권을 공유하는 구성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왕시장의 역할 역시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시장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이다.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사고 음식을 먹으며 주민들이 접촉한다. 시장이라는 일상 공간이 도시 공동체 형성의 접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어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역시 변화가 요구된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전통시장 정책은 시설 현대화, 주차장 확보, 환경 개선, 안전시설 설치 등 물리적 기반 확충에 무게가 실려 왔다. 이런 사업은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과 대형 유통업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전통시장이 시설 개선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통시장만이 가질 수 있는 ‘지역성’과 ‘관계성’을 어떻게 살릴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상인과 주민이 서로 알고, 지역 행사와 문화가 시장으로 연결되고, 외국인 주민까지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시장은 단순한 상업시설과 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왕시장처럼 다양한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장이라면 이런 가능성은 더욱 크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먹거리와 문화 콘텐츠, 주민 참여 행사, 상인과 주민이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 등이 결합된다면 시장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모색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실제 상인과 주민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번 임 시장의 방문에서도 주민대표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는 점이 강조됐다. 형식적인 현장 방문보다 주민들이 실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듣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추석을 앞둔 전통시장 방문에는 지역경제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명절 대목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중요한 시기다. 장바구니 물가와 소비심리 변화가 상인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방정부 입장에서도 시장 현장은 민생경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장소다.
특히 지역경제 정책은 거대한 산업 투자와 기업 유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규모 기업과 산업단지가 지역경제의 뼈대라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상공인은 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경제의 기반이다.
주민들의 소비가 줄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 역시 동네 상점과 시장이다. 반대로 골목상권에 사람이 모이고 소비가 살아나면 그 효과는 상인과 종사자, 주변 음식점과 서비스업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경제정책에서도 산업정책과 민생경제 정책을 함께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왕시장 방문 역시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명절 인사를 넘어 지역경제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일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현장 소통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려면 제도적 통로도 필요하다. 시흥시는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시민이 필요한 사업을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6년 공모 대상에는 시흥시민뿐 아니라 지역 내 기관·단체·학교 근무자와 사업체 임직원도 포함됐다.
제안 분야도 일반공공행정부터 보건·사회복지,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교통·물류, 지역개발, 교육·청소년, 문화·관광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있다.
시흥시 주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는 올해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들도 공개돼 있다. 청소년 프로그램에서 시화산단 관련 사업, 하천·생활환경 개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결국 주민과 행정의 소통은 시장 방문이나 간담회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나온 의견이 행정 내부에서 검토되고, 필요하다면 사업과 예산으로 연결되고, 그 결과가 다시 주민들에게 설명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신뢰 역시 높아질 수 있다.
임 시장은 정왕시장 방문 소회를 전하면서 “저는 은혜를 갚는 시흥시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수사로 끝날 수도 있는 표현이지만 지방행정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시민들에게 어떤 행정적 결과를 돌려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주민들이 지방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현장 방문 그 자체가 아니라 방문 이후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상인들의 어려움을 들었다면 어떤 지원과 제도 개선이 가능한지 살펴야 하고, 주민대표들이 지역 현안을 전달했다면 담당 부서 검토와 후속 조치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왕본동처럼 주민 구성과 생활문화가 다양한 지역에서는 획일적인 정책보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다문화 가족과 기존 주민, 소상공인과 노동자, 청년과 고령층 등 서로 다른 생활 조건을 가진 주민들이 하나의 지역에서 살아가는 만큼 행정 역시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임 시장이 강조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정왕본동’이라는 말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또 정왕시장 방문 글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행복한 추석 명절 되시길 기원한다”는 인사로 마무리했다.
짧은 명절 인사지만 정왕본동에서 던져진 메시지는 적지 않다. 도시는 건물과 도로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도시를 유지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상인은 시장을 지키고, 주민대표들은 마을의 크고 작은 문제를 살핀다. 주민들은 시장과 골목을 이용하며 지역경제를 지탱한다. 지방정부는 이런 생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해야 한다.
특히 여러 문화적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정왕본동은 앞으로 우리 도시들이 마주할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누가 먼저 이곳에 살았느냐보다 지금 누가 함께 마을을 만들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통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오래된 시장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주민들이 찾아오고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추석을 앞두고 정왕시장을 찾은 임병택 시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 상인에게 건넨 인사와 주민대표들과 나눈 차 한잔이 곧바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장을 찾고 주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지방행정이 정책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민생과 공동체의 목소리가 전통시장 활성화와 다문화 지역 정책, 주민자치와 지역경제 정책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함께 살아가는 도시’라는 말이 구호를 넘어 시민의 일상에서 확인될 때 비로소 지역공동체의 힘도 커질 수 있다. 정왕시장에서 시작된 추석 인사는 그래서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에서 지방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 답은 거창한 구호보다 시장 골목과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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