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참여·일자리 창출까지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 구상
관광·숙박·문화 결합해 고양 지역경제 새 성장축 육성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고양특례시가 ‘킨텍스의 도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MICE(마이스) 산업 생태계로 묶는 새로운 성장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대규모 전시회와 국제회의를 얼마나 많이 유치했느냐에 머무르지 않고, 킨텍스를 찾은 사람과 기업이 고양의 숙박시설과 음식점, 관광지, 문화시설, 지역상권을 이용하도록 연결해 MICE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도시 전체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최근 제시한 ‘고양형 MICE 생태계’의 방향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민 시장은 1일 열린 ‘제1회 고양 MICE 비전포럼’에 패널로 참여해 고양 MICE 산업이 나아갈 방향과 미래 비전을 논의했다. 그리고 킨텍스를 중심으로 축적된 전시·컨벤션 역량을 고양 전역의 관광·문화·숙박·교통·지역경제와 연결할 경우 MICE 산업이 고양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행사를 유치하는 것 자체보다 MICE 산업이 기업과 일자리, 지역상권의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고양시 MICE 정책의 무게중심을 ‘행사 유치’에서 ‘도시경제 확산’으로 옮기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고양시가 가진 가장 강력한 MICE 자산은 킨텍스다. 킨텍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컨벤션센터로 고양뿐 아니라 경기도의 MICE 산업과 국제교류·통상 정책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문제는 그동안 대형 전시·회의를 통해 유입된 방문객과 기업의 경제적 효과를 고양시 전역으로 얼마나 확산했느냐는 점이다.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이 행사만 보고 도시를 떠난다면 대규모 MICE 시설이 갖는 지역경제 파급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방문객이 하루 더 고양에 머물고 지역 음식점과 관광지, 문화시설을 이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숙박·외식·교통·쇼핑·관광·문화 소비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하나의 전시회가 도시경제 전반을 움직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민 시장이 제시한 구상은 바로 이 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킨텍스라는 하나의 거점을 중심으로 MICE 산업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양시 전체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보자는 것이다.
관광과 문화, 숙박, 교통을 각각 별개의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MICE를 중심으로 연결하면 도시가 가진 자원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킨텍스를 중심으로 한 전시·컨벤션 역량을 고양시 전역 관광·문화·숙박·교통·지역경제와 연결한다면 MICE는 고양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행사 유치에 그치지 않고 기업과 일자리, 지역상권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고양형 MICE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제1회 고양 MICE 비전포럼은 이러한 정책 전환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개된 고양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고양스마트시티센터 G-ROUND 877에서 열린 포럼에는 MICE 산업계와 학계, 유관기관, 시민, 공무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고양 MICE 산업의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발전 방향과 실행 과제가 논의됐다. 특히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 등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해 고양을 글로벌 MICE 산업 허브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행사에서는 고양컨벤션뷰로 설립 10주년과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출범 1주년을 계기로 그동안의 MICE 산업 성과를 되짚는 자리도 마련됐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교수의 기조강연에 이어 민경선 시장과 김경일 교수, 김철원 교수가 참여한 특별대담도 진행됐다.
고양시가 향후 검토할 과제 역시 비교적 분명하다. 국제회의와 전문전시 유치를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기업과 행사 간 연결을 강화하고 방문객의 도시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많은 행사를 개최했느냐’에서 ‘행사가 지역에 무엇을 남겼느냐’로 MICE 정책의 성과 기준을 확대하는 셈이다.
MICE 산업은 일반적인 관광산업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기업회의(Meetings),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컨벤션(Conventions), 전시·이벤트(Exhibitions/Events)를 포괄하는 산업으로 전시·회의시설뿐 아니라 숙박과 교통, 관광, 유통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된다.
고양시가 MICE를 도시 성장전략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국제전시회가 열리면 전시 참가기업과 바이어, 관람객뿐 아니라 행사 운영 인력과 각종 서비스 업체가 함께 움직인다.
호텔과 음식점, 택시·대중교통, 관광시설, 쇼핑시설 등의 수요도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기업이 행사 운영이나 서비스 공급에 참여한다면 경제적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MICE 산업의 경쟁력을 단순히 전시장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시장 주변의 숙박 인프라, 도시 접근성, 교통 편의성, 관광 콘텐츠, 문화시설, 지역상권 등이 하나의 패키지처럼 움직여야 한다. 민 시장이 ‘고양형 MICE 생태계’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산업 특성과 맞닿아 있다.
고양형 MICE 생태계 구축의 첫 번째 과제는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킨텍스에서 행사를 마친 방문객이 곧바로 고양을 빠져나간다면 지역경제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면 행사 전후로 관광과 문화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숙박으로 연결하면 방문객은 단순한 행사 관람객에서 ‘도시 소비자’로 바뀐다. 따라서 MICE 행사 일정과 고양의 관광·문화 콘텐츠를 결합하는 전략이 중요해진다.
행사 참가자에게 지역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지역의 음식·문화·공연 콘텐츠를 소개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대규모 국제행사의 경우 참가자가 고양에서 숙박하고 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교통과 관광상품을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고양시는 이번 포럼에서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를 지역경제로 연결하는 방안을 주요 과제로 논의했다. MICE 정책의 성패가 결국 전시장 밖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 과제는 지역기업과 MICE 산업을 연결하는 것이다. MICE 산업이 지역경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외부 기업과 방문객이 고양을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기업이 전시와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고양시는 이미 MICE 산업과 기업 육성을 연계하는 기반을 구축해 왔다.
고양시 MICE 육성센터는 킨텍스 오피스동에 위치한 전시복합산업 목적형 기업 육성 공간으로, MICE 관련 창업기업 등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6년 고양시 MICE 지원계획 역시 특화전략산업 및 유망산업과 관련한 MICE 행사 유치·개최를 지원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지원하도록 설계돼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기업 지원정책을 실제 전시·컨벤션 행사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행사 개최→기업 참여→거래 확대→기업 성장→고용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민 시장이 강조한 ‘기업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MICE’가 현실화될 수 있다.
아울러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도 고양 MICE 산업의 향후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다. 전시 인프라가 확대되면 더 많은 대형 행사와 국제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하지만 시설 확충만으로 도시의 경쟁력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늘어난 전시 역량을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후속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행사 규모가 커질수록 교통 혼잡이나 시민 불편 문제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교통대책과 방문객 이동 동선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동시에 시민의 일상생활과 대규모 행사 운영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이번 비전포럼에서도 시민 불편을 줄이는 동시에 방문객 체류와 소비를 확대하는 방안이 주요 논의 대상으로 다뤄졌다. MICE 산업 육성이 시민의 불편을 감수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에게 실질적인 경제적·문화적 혜택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시의 MICE 전략이 앞으로 성과를 내려면 평가 방식 역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전시회와 국제회의 유치 건수, 참가자 수와 같은 전통적인 지표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도시 성장형 MICE’를 목표로 한다면 방문객 체류시간과 지역 내 소비, 지역기업 참여, 신규 일자리, 재방문 효과 등 보다 다양한 지표가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
특히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중요하다. 킨텍스에서 세계적인 행사가 열리더라도 인근 상인이나 지역기업, 시민에게 별다른 효과가 없다면 MICE 산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넓히기 어렵다.
반대로 행사가 열릴 때마다 음식점과 숙박업소, 관광시설 이용이 늘고 지역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긴다면 시민이 체감하는 MICE 산업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민 시장이 “시민이 체감하고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MICE 도시 고양’의 새로운 길을 열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고양은 이미 국내 대표 전시·컨벤션 인프라를 보유한 도시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인프라를 어떻게 도시 전체의 성장으로 확장하느냐다. 킨텍스에 사람이 모이고 행사가 열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이 지역 곳곳을 찾고, 지역기업이 행사에 참여하며, 지역상권이 매출 증가를 체감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MICE와 관광·문화·교통·숙박 정책을 하나의 도시전략 안에서 움직이는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지역상권과의 연계도 더욱 세밀해져야 한다.
MICE 방문객의 이동 경로와 소비 형태를 분석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관광·상권 콘텐츠를 연결한다면 킨텍스에 집중된 경제효과를 도시 곳곳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결국 민경선 시장이 제시한 ‘고양형 MICE 생태계’의 핵심은 공간의 확장인 동시에 산업의 확장이다. 전시장을 도시로 확장하고, 행사를 산업으로 확장하며, 방문객을 지역경제의 소비자로 연결하는 것이다.
제1회 고양 MICE 비전포럼은 그 방향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자리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비전은 출발점일 뿐이다. 국제회의와 전문전시 유치, 지역기업 참여 확대, 방문객 체류 연장, 관광·문화 프로그램 연계, 교통문제 해결, 지역상권과의 상생이라는 과제를 실제 정책과 사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그러나 성과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보여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킨텍스를 보유한 도시’라는 강점을 넘어 ‘MICE 산업이 도시 전체를 움직이는 도시’로 갈 수 있느냐.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내놓은 ‘고양형 MICE 생태계’ 구상은 이제 그 실행력을 시험받게 됐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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