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의장 “도민 필요한 결정 늦추는 일이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
[이코노미세계] 추석을 앞두고 경기도의 ‘민생예산’이 멈춰 섰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협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명절 전 추경안 처리가 무산됐다.
경기도는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기도의회는 집행부가 감액한 기존 사업 가운데 도민 생활과 밀접한 예산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필요성과 파급효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추경 처리가 지연되면서 경기도 재정 운용을 둘러싼 논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단순히 ‘얼마를 줄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정된 재원 속에서 ‘어떤 사업을 지켜야 하느냐’는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직접 입장문을 내고 도민에게 사과하는 한편 경기도와 도의회 양당 교섭단체에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남 의장은 추경안 처리 지연을 둘러싼 책임 공방보다 도민에게 필요한 결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남종섭 의장은 입장문 첫머리부터 도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도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맞아야 할 추석을 앞두고도 경기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며 도의회 의장으로서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명절 전까지 민생에 필요한 예산을 확정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경기도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추경 처리 불발의 핵심 원인으로는 경기도와 도의회의 재정 운용에 대한 시각차를 꼽았다.
경기도는 재정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도의회는 집행부가 감액한 기존 사업 가운데 도민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업에 대해서는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정 건전성’과 ‘민생사업 유지’라는 두 가치가 충돌한 것이다. 남 의장은 경기도가 처한 재정적 어려움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재정 상황만으로 모든 예산 결정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예산 감액의 타당성을 판단할 때 장부상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사업 축소가 실제 현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그 결과 도민들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남 의장의 입장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예산의 최종 목적’을 강조한 부분이다. 도의회도 경기도의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재정 상황만으로 모든 정책적 결정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예산을 줄이면 그 영향은 결국 사업 현장과 정책 수혜자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감액 규모뿐 아니라 감액 이후 발생할 변화까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 의회 측 논리다. 이는 남 의장이 의장 취임 직후 밝혔던 의정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남 의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경기도 재정난의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보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상 등을 밝히면서 건전한 재정 위에서 도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남 의장은 정치와 예산, 입법의 최종 지향점에는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자신의 의정 철학을 설명했다. 이번 추경 입장문 역시 재정 건전성을 부정하기보다는 재정 건전성과 도민 생활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추경 갈등은 지방정부가 재정 압박을 받을 때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세입 여건이 나빠지면 지방정부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모든 예산을 똑같은 비율과 기준으로 삭감할 수는 없다. 사업마다 목적과 대상이 다르고 감액에 따른 파급효과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불요불급한 행사나 단기간 연기가 가능한 사업과 취약계층 지원, 복지, 안전, 교통, 소상공인 지원처럼 주민 생활과 직접 연결된 사업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재정이 어려울수록 예산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진다. 무조건적인 지출 확대도, 일률적인 지출 삭감도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추경 협상에서도 결국 어떤 사업을 반드시 유지하고 어떤 사업은 축소하거나 다음 연도로 넘길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남 의장이 경기도에 “의회가 예산 복원을 요구한 이유를 다시 살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남 의장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상황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경기도와 도의회가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다 정작 도민에게 필요한 결정을 늦추는 상황이다. 집행부와 의회의 의견이 다른 것은 지방자치 구조상 자연스러운 일이다.
집행부는 전체적인 재정 운용과 정책 집행을 책임져야 하고 의회는 예산 심의를 통해 집행부의 정책과 지출을 견제해야 한다. 문제는 이견 자체가 아니라 이견을 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은 본예산 편성 이후 발생한 정책·경제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라는 점에서 적시성이 중요하다. 사업 집행 시기를 놓치면 예산을 뒤늦게 확보하더라도 당초 기대했던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남 의장이 ‘결정 지연’을 경계한 이유다.
남종섭 의장의 메시지는 경기도 집행부만을 향하지 않았다. 도의회 양당 교섭단체에도 책임 있는 협상을 주문했다. 또 경기도에는 의회가 예산 복원을 요구한 이유를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양당 교섭단체에도 도민에게 필요한 예산을 지킬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와 의회 양당 교섭단체가 각각 한발씩 움직여야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추경 처리 지연의 책임을 어느 한쪽에만 돌리기보다 집행부와 의회 모두가 해결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남 의장이 의장이라는 위치에서 양측의 중재와 조정에 나서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도 주목된다. 그리고 협의가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의장으로서 끝까지 조정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추경 협상은 제12대 경기도의회 출범 이후 남종섭 의장의 정치적 조정 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라는 측면도 있다. 남 의장은 지난 7월 제12대 경기도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현재 경기도의회 공식 홈페이지에도 남종섭 의원은 ‘의장’, 더불어민주당·용인3 지역구 의원으로 등록돼 있다. 9·10·11·12대 경기도의원을 지낸 4선 의원으로, 제11대 도의회 전반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과 제10대 후반기 교육행정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8월에는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제20대 전반기 회장에도 선출됐다. 도의회 의장이 전국 시·도의회를 대표하는 협의회장을 맡은 것은 경기도의회로서는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만큼 남 의장이 경기도 내부뿐 아니라 전국 지방의회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위치에 올라선 상황에서 이번 추경 갈등은 취임 초기 중요한 정치적 과제가 됐다.
추경 협상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생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집행부와 의회 모두 민생을 강조한다고 해서 모든 사업을 유지할 수는 없다.
반대로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정책 효과와 수혜 대상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예산을 줄이는 것도 바람직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사업별 집행률과 정책 효과, 수혜 대상, 시급성, 대체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올해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사업인지, 내년도 본예산으로 조정할 수 있는 사업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특히 예산 삭감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계층이나 지역이 어디인지 객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준이 마련돼야 집행부와 의회가 정치적 공방에서 벗어나 숫자와 정책 효과를 놓고 협상할 수 있다.
추석 전 추경 처리라는 목표는 결국 이루지 못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책임이 큰지를 따지는 것보다 얼마나 합리적인 해법을 만들어내느냐다. 남종섭 의장도 입장문에서 경기도와 의회 양당 교섭단체가 한발씩 움직여 결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도민 생활에 꼭 필요한 사업을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경기도는 감액의 필요성과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의회는 복원을 요구하는 사업의 필요성과 정책 효과를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도의회 양당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도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번 추경 사태는 결국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협치’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남종섭 의장이 입장문 마지막에서 다시 한번 도민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밝히며 끝까지 조정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산은 숫자로 작성되지만 그 숫자가 향하는 곳은 결국 도민의 삶이다.
‘얼마를 줄일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반드시 지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경기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다.추석을 넘긴 협상이 책임 공방으로 장기화할지, 남종섭 의장을 중심으로 집행부와 의회가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낼지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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