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업·연구개발·인재 모이는 산업생태계 구축
산업 경쟁력 강화해 ‘좋은 일자리’ 창출 목표
[이코노미세계] 수원특례시가 민선 9기 시정의 중심을 ‘시민 삶의 변화’에 놓는다. 행정이 추진한 사업의 숫자나 외형적인 성과보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변화를 체감하는지를 시정의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제시한 민선 9기의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 당장의 생활비 부담을 낮추고, 수원의 역사·문화 자원을 관광산업으로 연결하며, 첨단산업 기반을 확충해 미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민선 9기 시정 목표를 크게 ‘생활안정 민생도시’, ‘문화관광 상생도시’, ‘첨단과학 연구도시’ 등 세 축으로 설정했다.
세 분야는 각각 별개의 정책처럼 보이지만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교통·교육·돌봄 등의 비용을 낮춰 시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를 골목상권으로 연결하며, 첨단산업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결국 민생과 관광, 산업을 하나의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민선 9기 수원시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정책 자체뿐 아니라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의 변화다. 이 시장은 1일 민선 9기 비전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4년간 시정의 기준을 ‘시민 삶의 변화’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사업을 몇 건 추진했는지, 시설을 몇 곳 건립했는지가 성과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시민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매달 지출하는 교통비와 교육비가 얼마나 줄었는지, 돌봄 부담이 얼마나 가벼워졌는지, 동네 상권에 손님이 늘었는지, 청년들이 지역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가 훨씬 직접적인 평가 기준이다. 수원시가 민선 9기 정책의 첫 번째 축으로 ‘생활안정 민생도시’를 내세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책의 방향은 생활비 절감에 맞춰져 있다. 청년과 어르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버스비 지원을 비롯해 공공시설과 주요 관광거점을 연결하는 무상버스, 무상 인터넷 강의 확대, 가족돌봄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현금성 지원을 넘어 시민이 매달 반복적으로 지출하는 고정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또 고물가와 주거비·교육비 부담이 가계경제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생활비를 어느 수준까지 낮춰줄 수 있을 것인지가 민선 9기의 주요 정책 실험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생활안정 정책의 특징은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버스비는 시민들이 거의 매일 지출하는 대표적인 생활비다. 특히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은 청년과 어르신, 장애인에게 교통비 지원은 실질적인 가계 부담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공시설과 관광거점을 연결하는 무상버스 구상은 여기에 도시 이동권과 관광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결합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무상 인터넷 강의를 확대해 사교육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가족돌봄수당 등 돌봄 지원도 강화한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시민 체감도에 달려 있다. 지원 대상과 규모가 제한적이거나 신청 절차가 복잡하면 정책이 존재하더라도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반대로 대상과 전달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한다면 지방정부의 생활밀착형 정책이 가계 부담을 낮추는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민선 9기 수원시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정책 발표를 넘어 실제 수혜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가구별 생활비가 얼마나 절감되는지, 정책 만족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구체적인 지표로 제시해야 한다.
‘시민 삶의 변화’를 시정의 기준으로 내세운 만큼 정책 성과 역시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숫자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축인 ‘문화관광 상생도시’는 수원이 보유한 역사·문화 자원을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핵심 가운데 하나가 정조대왕 능행차의 세계화다.
수원시는 정조대왕 능행차를 단순한 지역 축제에 머물게 하지 않고 ‘글로벌 K-컬처로드’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정조와 수원화성이라는 역사적 자산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콘텐츠로 확장해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레나와 스포츠 복합타운 조성, 글로벌 브랜드 호텔 유치 등을 추진해 관광객이 수원을 단순히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머무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전략도 포함됐다. 이는 관광정책의 무게중심을 ‘방문객 수’에서 ‘체류시간과 소비’로 이동시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관광객 100만명이 몇 시간 머물다 떠나는 도시와 50만명이 숙박하며 식당·전통시장·골목상권에서 소비하는 도시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수원시가 체류형 관광을 강조하는 이유다.
수원의 관광정책에서 더욱 주목되는 것은 문화관광과 지역 상권의 연결이다. 대규모 문화·스포츠 시설과 호텔을 건립하는 것만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의 소비가 특정 시설 안에서 끝나지 않고 전통시장과 음식점, 숙박업소, 골목상권으로 확산돼야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수원시는 바로 이 연결고리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정조대왕 능행차와 수원화성, 공연·스포츠 콘텐츠, 숙박시설을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묶고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려 소비를 지역 곳곳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성공한다면 문화정책이 지역경제 정책으로 확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과제도 있다. 대규모 시설 조성에는 상당한 재정과 시간이 필요하고, 관광 콘텐츠 역시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도록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관광객 증가가 실제 골목상권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화관광 상생도시’에서 중요한 단어는 관광보다 어쩌면 ‘상생’일 수 있다.
민선 9기의 세 번째 축은 ‘첨단과학 연구도시’다. 수원시는 수원경제자유구역과 탑동 이노베이션밸리, R&D사이언스파크 등을 중심으로 AI(인공지능)·반도체·바이오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생활안정 정책이 ‘현재의 삶’을 다룬다면 첨단산업 정책은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전략이다. 수원은 삼성전자 본사가 자리 잡고 있는 도시이면서 수도권 남부 반도체 산업벨트와 맞닿아 있다. 주변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화성·평택의 대규모 반도체 산업 기반이 형성돼 있다.
수원시 입장에서는 이러한 산업 지형 속에서 제조시설 중심의 경쟁보다는 연구개발과 첨단기업, 인재가 모이는 도시로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수원경제자유구역과 R&D사이언스파크 등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과 창업, 투자, 인재 육성으로 이어지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AI·반도체·바이오 산업은 특히 우수한 인재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정주환경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산업단지 조성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원경제자유구역 추진은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수원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라는 도시 전략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수원시가 첨단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일자리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 입장에서 산업정책의 성과는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졌는가’로 귀결된다.
특히 청년층이 교육을 받은 뒤 일자리를 찾아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수원에서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첨단기업이 들어오고 연구기관이 자리 잡으며 관련 스타트업과 협력기업이 성장하면 산업생태계가 확대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 내 소비가 증가하면 다시 골목상권과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생활안정·문화관광·첨단과학이라는 수원시의 3대 시정 목표는 서로 분리해서 볼 필요가 없다. 생활비 절감은 시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정책이고, 문화관광은 외부 소비를 수원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이며, 첨단산업은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정책이다. 결국 세 정책 모두 ‘돈이 지역에서 돌게 만드는 구조’를 지향한다.
문제는 재정이다. 교통비 지원과 교육·돌봄 확대에는 지속적으로 예산이 필요하다. 문화·관광 인프라와 첨단산업 기반 조성에도 상당한 재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수원시가 민선 9기 비전에서 재정 건전성을 별도의 원칙으로 강조한 이유다. 시는 정책을 확대하면서도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고 시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수원시는 민선 8기 동안 2700억원의 채무를 상환했으며, 남아 있는 지방채를 추가 상환해 2027년 ‘채무 0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재정 건전성과 적극적인 정책 투자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세수가 예상보다 줄거나 대규모 사업비가 증가할 경우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민선 9기의 성과를 판단할 때는 ‘얼마나 많은 사업을 추진했느냐’뿐 아니라 투입된 예산에 비해 시민이 얻은 편익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어 수원시는 민선 9기 동안 실행하고 관리할 세부과제를 140개로 제시했다. 정책의 숫자는 많다. 그러나 이재준 시장이 내세운 기준대로라면 140개 과제를 모두 추진하는 것 자체가 최종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연결됐는지가 더 중요하다.
버스비 지원 정책이라면 시민 한 명당 얼마나 부담이 줄었는지, 관광정책이라면 관광객 체류시간과 지역 내 소비가 얼마나 늘었는지, 첨단산업 정책이라면 기업과 연구기관 유치 및 일자리 창출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행정의 성과지표 역시 이에 맞춰 달라질 필요가 있다. 예산 집행률이나 사업 완료율 같은 행정 내부의 지표에서 벗어나 시민 생활비, 소상공인 매출, 관광객 체류시간, 기업 투자와 일자리 등 시민과 지역경제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지표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민선 9기 수원시가 제시한 청사진은 크게 보면 ‘오늘의 민생’과 ‘내일의 성장’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청년·어르신·장애인 버스비 지원과 무상버스, 교육·돌봄 지원을 통해 당장 시민이 부담하는 생활비를 낮춘다.
정조대왕 능행차와 수원화성 등 역사문화 자원을 K-컬처 콘텐츠로 확장하고 아레나, 스포츠 복합타운, 글로벌 브랜드 호텔 등을 연결해 관광객이 머물며 소비하는 도시를 만든다.
수원경제자유구역과 탑동 이노베이션밸리, R&D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AI·반도체·바이오 산업을 육성해 미래 먹거리와 좋은 일자리를 확보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과 행정의 투명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민선 9기 ‘수원대전환’의 큰 그림이다.
청사진은 제시됐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이다. 생활비 지원이 실제 가계 부담 감소로 이어지는지, 문화관광 투자가 골목상권 매출로 연결되는지, 첨단산업 육성이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는지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과 산업 프로젝트는 지방정부의 계획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민간기업 및 투자기관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결국 앞으로 4년은 민선 9기가 제시한 ‘수원대전환’이 구호에 머물지, 시민들의 일상에서 확인되는 변화로 자리 잡을지를 검증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이재준 시장은 정책의 출발점을 시민의 목소리에 두고 그 결과 역시 시민의 삶에서 확인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민선 9기 수원특례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도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다. 시민의 지갑에서 나가는 생활비가 실제 줄었는가. 관광객이 수원에 더 오래 머물며 골목상권에서 소비하는가. 청년들이 떠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났는가. ‘수원대전환’이라는 큰 구호가 시민 개개인의 작은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민선 9기 수원시정의 본격적인 시험대가 시작됐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