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유호준 의원 “창업 지원, 예산보다 생태계가 먼저”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 2026-10-29 18:45:11
[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 창업 지원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내년도 창업 지원 관련 신규 사업과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내 스타트업과 인공지능(AI)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신생 기업들이 자금과 인프라 부족으로 사업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단순히 예산을 늘려 달라는 요구에 머물지 않았다. 기업들은 일회성 보조금보다 기술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 안정적인 금융 접근성, 대기업과의 협력 기회, 실질적인 판로 개척 등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경기도의회 유호준 의원이 28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1에서 ‘제2회 스타트업 & AI 전문가 현장 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고 창업 지원 예산 축소에 대응할 새로운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 의원과 도내 AI·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예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경기도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 인프라와 민간 기업의 자원, 금융기관의 보증 기능 등을 연결하는 ‘비예산 기반 창업 지원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논의는 지방정부의 창업 정책이 단순한 지원금 지급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연결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기도는 수도권의 산업 기반과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제조업,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이 자리 잡고 있어 혁신 기업과 기존 산업 간 협력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창업 초기 기업이 이러한 산업 기반을 실제 사업 기회로 연결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장벽이 존재한다.
기술 개발을 위한 장비 확보부터 금융기관 대출, 시제품 제작, 시장 진입, 고객 확보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매출이 충분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나 정책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지원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우려한 부분도 바로 이러한 현실이다.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소관 벤처스타트업과 등의 내년도 창업 지원 관련 신규 사업과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기존 지원 방식만으로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다만 구체적인 예산 삭감 규모와 개별 사업별 조정 내역은 이번 간담회 자료에 제시되지 않았다. 실제 정책 영향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사업별 예산안과 지원 대상, 집행 실적 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논의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재정 여건이 어려워질수록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투입하고, 예산 외에 어떤 정책 수단을 활용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창업 기업의 생존은 단순히 지원금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며 지속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방정부의 역할을 직접적인 자금 지원자에서 산업과 기업,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협력 플랫폼 구축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주요 현안으로 제기된 분야는 AI 개발 인프라였다. AI 산업은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성능 연산 장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로봇과 실제 물리적 환경을 결합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문제는 초기 기업이 이러한 장비를 직접 구매하거나 장기간 임차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AI 모델 학습과 피지컬 AI 프로젝트를 위한 GPU 확보가 필수적임에도 경기도 차원의 인프라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직접적인 예산 편성이 어렵다면 도내 유휴 연산 자원을 연계하거나 클라우드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 인프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AI 기업 지원의 핵심을 현금성 보조금에서 기술 개발 환경으로 확대하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대학이나 연구기관, 민간 기업이 보유한 연산 자원을 일정한 조건 아래 스타트업과 공유할 수 있다면 개별 기업의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연산 자원 이용을 지원하는 방식 역시 초기 기업이 고가 장비를 직접 확보하지 않고도 기술 검증과 서비스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실제 자원 보유 현황과 제공 기관의 참여 의사, 이용료 부담, 보안 문제 등을 검토해야 실현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가 직접 모든 장비를 확보하지 않더라도 기존 자원을 연결하고 기업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원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AI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선언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업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어 농업과 스마트팜 분야에서는 창업 지원 방식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농업 생산 환경을 관리하는 산업으로, 초기 시설 구축과 장비 도입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시설 투자에 비해 매출 발생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자금 조달이 중요한 과제로 작용한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초기 시설 투자에 대한 일회성 현금 지원보다 신용보증기금 등을 활용한 대출 보증과 이차보전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차보전은 기업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때 발생하는 이자의 일부를 공공기관 등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금융 지원은 직접 보조금과 달리 금융기관의 대출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보증기관이 신용 위험의 일부를 분담하고 지방정부가 이자 부담을 완화한다면 초기 기업의 자금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보증과 이차보전 역시 공공 재정이나 보증기관의 위험 부담이 수반될 수 있어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한 비예산 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원 효과를 높이려면 대상 기업의 사업성, 상환 능력, 보증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번 제안은 한정된 재정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있다. 또한 참석자들은 농업 분야 창업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식음료(F&B), 유통 등 다른 산업과의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품을 구매할 고객과 유통망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농업 스타트업과 식품·유통 기업을 연결하는 네트워킹 체계를 구축한다면 초기 기업의 판로 개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스포츠와 데이터 플랫폼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 이어졌다. 최근 스포츠 산업은 경기 기록과 운동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건강관리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 스타트업이 이러한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아마추어 스포츠 영역은 전문 스포츠에 비해 경기 현장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데이터 수집 환경이 충분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고도화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검증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초기 기업이 자체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소비자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내 대기업과 러닝·웰니스 브랜드 등과의 협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경기도가 기업 간 밋업(Meet-up) 행사를 주선해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과 공동사업을 논의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홍보 행사를 넘어 공동 상품 개발과 서비스 검증, 고객 확보 등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기업은 스타트업의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시장 접근성과 사업 경험을 활용하는 상호 협력 구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도 기업의 성장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협력 행사 자체가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참여 기업의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며 실제 계약이나 사업화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공공 및 민간의 유휴 공간을 창업 지원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기존 창업 공간 지원이 사무실이나 입주 시설 제공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기업 간 정보 교류와 협업을 촉진하는 커뮤니티 허브로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업무를 수행할 공간만이 아니다.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투자자와 만나며 기술과 시장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기업 내부 인력과 자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나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유휴 공간을 활용한 정기적인 교류 프로그램과 산업별 협업 행사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기업 간 연결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검토할 만하다.
예컨대 AI, 스마트팜, 스포츠 데이터 등 분야별 스타트업이 한 공간에서 기술 설명회와 사업 상담을 진행한다면 서로 다른 산업 간 새로운 협력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여기에 금융기관과 대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면 기술 개발부터 자금 조달과 판로 확보까지 연결하는 창업 지원 체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유휴 공간을 활용하더라도 시설 유지·관리와 프로그램 운영에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신규 시설을 확대하기보다 기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결국 공간 지원의 성과를 입주 기업 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실제 협업 실적과 사업화 성과 등으로 평가하는 방향의 전환이 중요하다.
이번 간담회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안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내부 자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기업이나 연구기관과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혁신을 추진하는 협력 방식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이 보유한 인프라와 유통망, 사업 경험을 활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기술과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새로운 성장 분야를 발굴할 수 있다.
참석자들은 경기도가 이러한 협력 구조를 형성하는 연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내 대기업과 초기 스타트업이 만날 수 있는 행사를 주선하고 민간 자본과 기술 역량이 창업 생태계에 유입되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모든 창업 지원을 재정으로 감당하기보다 민간 기업이 가진 자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만남을 넘어 기술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술 분야를 파악하고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해 공동 기술 검증이나 사업 협력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협력 이후에도 성과를 점검하고 사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후속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호준 의원은 이번 간담회에서 제기된 산업계의 요구를 경기도의회 차원의 정책 점검과 개선 과제로 연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번 간담회에서 제안된 현장의 뼈아픈 지적과 창의적인 대안들을 2026년도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질의 과제로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부족 상황 속에서도 금융 보증 연계나 대기업 네트워킹 등 실질적인 ‘비예산 창업 지원 방안’이 마련되도록 도 집행부에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도 지속적인 간담회를 통해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명확한 산출물(결과) 중심의 정책 논의 구조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간담회에서 나온 제안을 일회성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행정사무감사와 정책 개선 논의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관건은 현장에서 제시된 대안이 실제 행정에 얼마나 반영되느냐다. AI 인프라 접근성 개선과 금융 보증 연계, 대기업 협업 프로그램, 유휴 공간 활용 등은 각각 담당 기관과 협력 주체가 다른 만큼 구체적인 실행 체계가 필요하다.
경기도의회가 관련 사업의 추진 가능성을 점검하고 집행부가 협력 기관과의 조정에 나선다면 현장의 제안을 실제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간담회에서 제안이 논의됐다는 사실과 유 의원의 정책 반영 의지다. 개별 사업의 도입이나 예산 확보, 협력 기관의 참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간담회가 던진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지방정부의 창업 지원은 어디까지 직접 재정을 투입해야 하며, 기존 산업과 민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창업 지원 예산의 축소는 초기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지원 방식의 효율성과 정책 성과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경기도의 창업 정책은 지원 기업 수나 보조금 집행 규모뿐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AI 기업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확보했는지, 스마트팜 기업이 금융 지원을 통해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지, 스포츠·데이터 기업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했는지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업 간 협력 건수와 공동사업 추진 실적, 판로 확대, 후속 투자 유치 등도 정책 효과를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성과 지표는 정책 시행 이전의 기준과 비교하고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예산 지원이 모든 재정 지원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기술 개발 초기 단계나 공공성이 높은 산업 분야에서는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여전히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와 민간 협력을 통해 지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분야를 구분하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경기도의회 유호준 의원이 주최한 이번 간담회는 이러한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현장의 목소리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보조금을 얼마나 지급하느냐에서 기업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느냐로 정책의 중심을 옮기자는 것이다.
결국 경기도 스타트업 정책의 경쟁력은 한정된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업과 산업, 금융과 기술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창업 지원 예산 삭감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제기된 이번 정책 제안들이 실제 제도 개선과 기업의 성장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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