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일은 로봇이, 안전한 삶은 도민이”...추미애의 AI 혁신 구상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 2026-10-28 21:41:23
돌봄서비스에도 첨단기술 접목, 도민이 체감하는 생활밀착형 정책 추진
[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인공지능(AI)을 산업 생산성 향상의 도구에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 기술로 확장하는 대전환에 나섰다. 산업현장의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고, 재난 현장에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소방관보다 먼저 위험지역에 투입되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고령자와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도민의 일상까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산업혁신과 사회적 안전망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제시한 '피지컬 AI(Physical AI) 대전환' 비전의 핵심은 기술 발전의 평가 기준을 바꾸는 데 있다. 얼마나 빠르게 생산하고 얼마나 많은 경제적 성과를 거두느냐에서 벗어나, 기술이 사람의 생명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하고 삶의 질을 얼마나 개선하느냐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추 지사는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술의 발전은 얼마나 빠르고 많이 생산하는가를 넘어, 사람의 삶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키고 나아지게 하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가 제시하는 비전은 분명하다. 피지컬 AI를 통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산업현장과 재난 대응, 생활돌봄을 아우르는 인공지능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선언은 단순한 첨단산업 육성 정책을 넘어 지역경제의 성장과 도민의 안전, 사회적 돌봄을 하나의 정책체계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선언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하고 중소기업의 도입 부담을 낮추는 한편, 안전성과 경제성을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이나 기계장치, 센서 등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해 현실 공간을 인식하고 직접 행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존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정보를 생성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면, 피지컬 AI는 실제 산업현장에서 물체를 이동시키고 설비를 점검하며 위험 요소를 탐지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경기도가 이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산업 생산성뿐 아니라 작업자의 생명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물류산업 등에서는 여전히 높은 곳에서 작업하거나 고온의 설비를 다루고 무거운 자재를 운반하는 등 위험한 공정이 존재한다. 이러한 작업에 인공지능 로봇을 도입하면 근로자의 위험 노출을 줄이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추 지사는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이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고"라며 피지컬 AI를 활용한 산업안전 혁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던 기존 스마트공장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공공적 가치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경기도는 성남 산업단지 내 제조기업 9개사를 대상으로 교육과 컨설팅을 완료하고, 이 가운데 3개 공정에서 피지컬 AI 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실증사업은 향후 피지컬 AI가 중소 제조기업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중소기업의 참여 여부가 정책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 대기업과 달리 자금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 제조기업은 첨단 로봇 도입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와 유지관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기술개발 지원뿐 아니라 현장진단, 공동 실증, 전문인력 교육, 도입 이후의 유지관리까지 연결하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기술 도입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단순히 대체하는 방향으로만 흘러서도 안 된다. 위험한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기존 근로자가 로봇 운용과 설비관리 등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도록 돕는 직무 전환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결국 산업현장 피지컬 AI 정책의 성과는 로봇 보급 대수보다 산업재해 위험 감소, 작업환경 개선, 생산공정의 안정성 향상 등 실질적인 변화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피지컬 AI 대전환의 또 다른 핵심은 재난 대응체계의 변화다. 화재와 붕괴, 유해물질 누출 등 위험성이 높은 재난 현장은 구조대원의 신속한 판단과 대응이 요구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현장 내부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구조대원들이 직접 위험지역에 진입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경기도가 구상하는 피지컬 AI 기반 재난 대응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봇이 먼저 현장에 진입해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조대원이 보다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추 지사는 "재난 현장에서는 로봇이 먼저 위험요인을 확인해 소방관의 안전한 구조 활동을 지원하고"라며 인공지능 기술을 현장 대응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구현된다면 재난 초기 상황 파악과 위험도 분석, 구조활동 지원 등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재 현장의 고온 구역이나 붕괴 우려가 있는 구조물 내부를 로봇이 먼저 탐색하면 구조대원이 확보해야 할 정보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또한 위험물질이 유출된 지역에서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전에 로봇을 활용해 현장 상황을 확인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활용 사례는 기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방향이며, 실제 구조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실증과 검증이 필요하다. 로봇이 수집한 정보의 정확성과 통신 안정성, 긴급 상황에서의 제어 능력 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오히려 현장 대응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2027년부터 소방·재난 등 위험 분야에서 피지컬 AI 실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실증 과정에서는 실제 재난환경을 반영한 반복 시험과 현장 소방대원의 참여가 중요하다.
특히 로봇은 구조대원의 판단을 보조하는 수단이라는 원칙 아래 운용돼야 한다. 첨단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현장에 투입하기보다 재난 대응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피지컬 AI의 도입 효과를 평가할 때도 단순한 기술 시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난 현장 진입 전 위험정보 확보 수준, 현장 대응시간 변화, 구조대원 위험 노출 감소 등 구체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경기도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안전관리 모델을 구축한다면 지방정부의 재난 대응체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경기도의 피지컬 AI 대전환은 산업과 재난안전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다. 도민의 일상적인 불편을 줄이고 돌봄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생활밀착형 기술로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포함하고 있다.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돌봄 수요 확대 등 사회구조의 변화는 지방정부에 새로운 정책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돌봄 인력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서비스 이용자의 안전과 생활 편의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지컬 AI 기반 돌봄로봇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동을 돕거나 낙상 위험을 감지하고 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업무를 지원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2027년부터 돌봄로봇 시험에 착수하고, 2029년부터 어르신과 장애인의 낙상 예방 및 생활 보조 등 일상돌봄 분야로 기술을 본격 확산할 계획이다.
추 지사가 강조한 '더 따뜻한 일상'이라는 표현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복지와 연결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돌봄 분야는 산업현장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의 효율성뿐 아니라 이용자의 신체적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 접근성, 정서적 안정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자와 장애인의 신체적 특성이나 생활환경에 따라 필요한 기능이 다르다는 점도 중요하다.
따라서 기술 공급자의 관점에서 로봇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이용자와 가족, 돌봄 종사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돌봄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로봇은 반복적이고 신체적 부담이 큰 업무를 보조하고, 돌봄 인력이 이용자와 직접 소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도록 돕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공공 돌봄시설과 복지기관 등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실증을 추진하고 이용자의 만족도와 안전성, 실제 돌봄 부담의 변화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공공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안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경기도의 피지컬 AI 대전환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기술개발과 산업현장 적용을 연결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28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미래모빌리티동에서 열린 선포식에는 임병택 시흥시장과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등 산·학·연·관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 등 66개 기관이 참여하는 '경기도 피지컬 AI 협의체'도 출범했다. 협의체에는 로봇 관련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기술 수요를 발굴하고 실제 제조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경기도는 시흥에 조성 중인 '피지컬 AI 확산센터'를 거점으로 기술 도입 컨설팅과 기업 교육, 제조공정 실증 등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사업에는 도비 30억800만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협력체계의 의미는 개별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기술개발과 실증을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담당하고, 기업은 제품 및 서비스 구현에 참여하며, 지방정부는 현장 적용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는 구조다. 특히 로봇 기술이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제조공정이나 재난 현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완성도뿐 아니라 비용과 안전성, 유지관리 체계 등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산·학·연 협력은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기대효과가 있다. 피지컬 AI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 로봇 제조와 센서, 소프트웨어, 시스템 통합, 유지관리 등 관련 산업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수요가 경기도 내 기업의 사업 기회와 전문인력 채용으로 연결된다면 지역 산업 생태계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산업 성장과 고용 확대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참여기업의 기술 도입률, 실증 이후 상용화 실적, 관련 매출 증가, 신규 고용 등 구체적인 지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시흥의 산업·연구 거점과 도내 다른 지역의 제조기업을 연결해 기술 확산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경기도의 피지컬 AI 대전환은 산업정책과 안전정책, 복지정책을 인공지능 기술을 매개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위험한 업무를 줄이고, 재난 현장에서는 구조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며, 일상에서는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향이다.
그러나 정책 비전의 성공 여부는 선언 자체가 아니라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실효성이다. 로봇이 산업재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재난 대응 과정에서 어떤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돌봄 현장에서 이용자의 생활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재정적 지속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첨단기술은 초기 구축비뿐 아니라 유지보수와 시스템 개선, 전문인력 운영 등에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기술 시연보다 장기적인 운영체계와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기업의 기술개발 역량과 공공부문의 정책적 지원을 적절히 결합하고 사업 단계별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도 요구된다. 특히 기술 도입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 불안이나 디지털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교육과 재훈련, 접근성 개선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산업혁신이 도민 모두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람 중심 인공지능'이라는 정책 목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지사는 이번 비전 발표에서 "기술의 혁신은 산업 성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지컬 AI로 더 안전한 산업 현장, 더 신속한 재난 대응, 더 따뜻한 일상을 만들겠다"며 경기도가 변화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정책은 지방정부가 인공지능 기술을 경제성장과 공공안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동시에 활용하려는 새로운 실험으로 볼 수 있다.
경기도가 제조업 기반과 연구개발 역량, 지역 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술의 현장 적용을 확대한다면 미래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공서비스 혁신의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현장 실증, 재정지원, 전문인력 양성, 성과평가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피지컬 AI 대전환의 궁극적인 성패는 얼마나 많은 로봇을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로 얼마나 많은 위험을 줄이고 도민의 삶을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바꿨느냐에 달려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내건 '피지컬 AI로 만드는 안전한 경기도'라는 비전이 선언을 넘어 산업현장과 재난 현장, 도민의 일상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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