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자”던 약속 지켰다...임병택 시흥시장, 시각장애인과 감동의 완주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 2026-10-05 15:36:53
[이코노미세계] 가을빛이 내려앉은 시화호를 배경으로 열린 시흥시 전국하프마라톤대회에서 특별한 동행이 펼쳐졌다. 임병택 시흥시장이 시각장애인인 문광만 회장과 손목에 연결 끈을 묶고 5㎞를 함께 달리며 지난해 겨울 나눈 약속을 지킨 것이다. 단순한 마라톤 참가를 넘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의 가치를 보여준 뜻깊은 완주였다.
임병택 시흥시장이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에서 모인 마라톤 참가자와 시흥시민 등 5000여 명이 함께한 시흥시 전국하프마라톤대회 현장을 소개하며 문광만 회장과의 특별한 동행을 전했다.
임 시장은 “가을바람과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전국에서 5000여 명의 마라톤 러너들과 시흥시민들이 함께했다”며 “아름다운 시화호와 가을 하늘이 어우러진 멋진 대회였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임 시장의 도전은 개인 기록이나 순위를 위한 경주가 아니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가이드 러너'로 나서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며 결승선까지 동행하는 것이었다.
가이드 러너는 시각장애인 선수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방향과 주변 상황 등을 안내하며 함께 뛰는 동반자를 말한다. 특히 주자 사이에 연결된 끈은 단순한 보조 장비를 넘어 서로의 움직임과 의사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임 시장은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가이드 러너에 도전했다. 함께 달린 문광만 회장은 20대 후반 시력을 잃었지만 강한 재활 의지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활동해 온 인물이다.
임 시장은 문 회장에 대해 “20대 후반 시력을 잃었지만 누구보다 강한 재활 의지로 존경받는 실천가의 삶을 살아가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의 특별한 동행은 지난해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함께 아이스스케이팅을 즐긴 뒤 문 회장이 임 시장에게 농담처럼 마라톤 참가를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문 회장은 당시 “임 시장님, 내년에는 우리 마라톤 한번 같이 해요. 저는 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가볍게 건넨 제안이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약속이 됐다. 그리고 올해 시흥시 전국하프마라톤대회에서 그 약속이 현실로 이어졌다.
임 시장은 “오늘은 그 약속을 지키는 날이기도 했다”며 당시의 감회를 전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목에 끈 하나를 연결하고 5㎞ 구간을 함께 달렸다. 한 사람은 앞을 볼 수 없었지만 다른 한 사람의 안내와 움직임을 믿으며 발걸음을 이어갔다.
임 시장에게도 처음 경험하는 가이드 러닝이었고, 문 회장에게는 시력을 잃은 이후 처음으로 5㎞를 완주하는 도전이었다.
특히 문 회장은 과거 군 복무 시절 특공대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시장은 이러한 이력을 소개하며 문 회장의 강한 체력과 도전 정신에 감동을 나타냈다.
임 시장은 “서로의 손목에 걸린 끈 하나로 서로를 확인하며 함께 5㎞를 달렸다”며 “문광만 회장님은 시력을 잃은 후 첫 5㎞ 완주라고 하신다”고 밝혔다.
이어 “군 생활을 특공대에서 보낸 본능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며 “누구보다 힘차게 5㎞를 완주하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완주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히 정해진 거리를 달렸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스포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시각장애인에게 마라톤은 체력뿐 아니라 안전한 이동과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 동반자와의 긴밀한 호흡이 필요한 종목이다. 가이드 러너와 선수 사이에 형성되는 신뢰는 완주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두 사람이 손목에 연결한 끈 하나에 의지해 달린 5㎞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동행에는 시흥시의회 관계자들도 힘을 보탰다.
임 시장에 따르면 김선옥 시흥시의회 의장과 윤석경 부의장이 각각 1㎞ 구간을 함께 달리며 응원의 뜻을 전했다. 또 “중간에 김선옥 의장님과 1㎞, 윤석경 부의장님이 1㎞를 함께해 주셨다”며 “함께 뛰어주신 마음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마라톤 현장에서 함께 발걸음을 맞췄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행사 참석이나 의례적인 축하를 넘어 직접 달리기에 동참하면서 스포츠를 통한 소통의 의미를 더했다.
시흥시 전국하프마라톤대회는 전국의 달리기 동호인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지역 스포츠 행사다. 이번 대회 역시 시화호를 배경으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달리는 참가자들의 열기로 채워졌다.
특히 시화호는 시흥시의 대표적인 자연·관광 자원 가운데 하나다. 수변 경관을 활용한 체육행사는 지역의 자연환경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시민들의 건강 증진과 생활체육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모이는 마라톤대회는 지역을 알리는 스포츠 관광의 기회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이 지역을 방문해 자연경관과 도시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이미지 제고에도 의미가 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생활체육이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고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은 포용적인 스포츠 문화를 확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장애인 체육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설 접근성뿐 아니라 안전한 이동 환경과 전문적인 안내 인력, 다양한 동반 운동 프로그램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체육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의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어떻게 넓힐 것인지 생각해 볼 계기도 제공한다.
임 시장과 문 회장의 동행이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대회 운영을 뒷받침한 관계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임 시장은 대회를 위해 현장에서 활동한 경찰과 소방 관계자, 자원봉사자,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수고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경찰, 소방, 자원봉사자, 모범운전자회 모두 여러분의 수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마라톤대회는 많은 참가자가 도로와 지정된 코스를 함께 이용하는 만큼 교통안전과 응급상황 대응, 참가자 안내 등 체계적인 현장 관리가 중요하다.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주최 측의 준비뿐 아니라 경찰과 소방, 교통 관리 인력,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구성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임 시장이 대회를 마무리하며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도 이러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 시장은 이번 대회를 문 회장과 자신뿐 아니라 모든 참가자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 행사로 평가했다. 또 “올해도 문광만 형님과 저, 그리고 모두에게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남긴 시흥시 전국하프마라톤대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5㎞의 동행은 기록보다 함께하는 과정의 가치를 보여줬다. 지난해 겨울 건넨 한마디의 약속은 실제 도전으로 이어졌고, 시력을 잃은 뒤 처음으로 5㎞를 완주한 문 회장에게도 특별한 순간으로 남게 됐다.
이번 완주는 생활체육이 단순한 신체활동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시화호의 가을 풍경 속에서 손목에 끈 하나를 연결하고 함께 결승선을 향해 달린 두 사람의 이야기는 스포츠가 가진 신뢰와 연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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