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향교 선 민경선 시장...“전통 잇고 고양의 미래 힘차게 열겠다”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 2026-09-22 17:43:36

민선 9기 취임 알리는 ‘고유례’ 올려, 시민에 대한 막중한 책임 되새겨
전통의 정신에서 출발한 새 시정, 현장 중심 행정에 방점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고양향교에서 선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기기 위해 향교를 찾았다.  [사진 = 민경선 페이스북]

[이코노미세계] 고양향교 대성전의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선현 앞에 섰다. 화려한 취임 행사가 아니라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의례인 ‘고유례(告由禮)’를 통해 민선 9기 고양시정의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고유례는 과거 새로 부임한 고을의 수령이 선현에게 취임 사실을 고하고 백성의 평안과 올바른 정치를 다짐하던 의례다. 민 시장에게 이날 의식은 단순한 전통문화 행사를 넘어 자신에게 시정을 맡긴 시민에 대한 책임을 되새기는 자리라는 의미가 담겼다.

민 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늘 고양향교에서 선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고양시민께서 맡겨주신 막중한 책임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겼다”고 밝혔다.

이어 시정 운영의 방향을 압축한 두 문장을 내놨다.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했다. “멈춘 고양을 다시 뛰게 하겠습니다.” 짧은 표현이지만 민선 9기 고양시정이 앞으로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민 시장이 참석한 고양시장 취임 고유례는 9월 22일 고양향교 대성전에서 열렸다. 고양향교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정대채 고양향교 전교를 비롯한 지역 유림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고유례는 중요한 일을 성현과 조상에게 알리는 전통 유교 의식으로, 이날 행사는 민선 9기 시정 출범을 알리고 시민의 안녕과 지역 발전을 기원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민 시장은 전통 격식과 절차에 따라 의례에 참여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취임은 오늘날 선거와 행정이라는 현대적 제도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고유례가 담고 있는 본래 의미를 들여다보면 현대 지방행정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

과거 고을 수령이 취임하면서 백성의 평안과 올바른 정치를 다짐했다면, 오늘날 지방자치단체장은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지역의 미래와 주민의 삶을 책임진다.

민 시장 역시 첨부 원문에서 고유례의 의미를 “새로 부임한 고을의 수령이 선현께 취임을 고하고, 백성의 평안과 올바른 정치를 다짐하던 전통 의례”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날 고유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의식 자체보다 민 시장이 이를 어떤 시정 철학으로 연결하느냐다. 민 시장이 강조한 것은 ‘낮은 자세’와 ‘현장’이었다. 시민을 섬기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말은 민선 9기 출범 당시부터 강조해 온 소통 행정과도 연결된다.

민 시장은 지난 7월 1일 공식 업무를 시작하면서 첫 결재로 ‘열린고양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프로젝트에는 시장실 1층 이전, 시장 직통 문자 운영, 시정회의 온라인 생중계 등을 포함해 ‘개방·소통·참여·활력·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과제가 담겼다.

시장 취임 이후 첫 결재는 새 지방정부가 어디에 행정의 무게중심을 둘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다. 민 시장은 당시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고양향교에서 다시 꺼낸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겠다”는 메시지는 이런 취임 초기 행보의 연장선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행정에서 중요한 것은 선언 자체가 아니다.

시민이 보낸 문자 한 통이 실제 민원 해결로 이어지는지, 시민이 제시한 정책 제안이 검토되고 결과가 다시 시민에게 전달되는지, 시장과 행정조직의 소통 확대가 정책 결정 과정의 변화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민 시장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소통의 횟수보다 시민 의견이 실제 행정과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해당 인터뷰에서는 8월까지 시장 직통 문자폰에 4347건의 의견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결국 ‘열린 시정’의 성패는 시장실 문을 여는 데 그치지 않고 행정 시스템 전체를 얼마나 시민 중심으로 움직이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고유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멈춘 고양을 다시 뛰게 하겠다”는 민 시장의 표현이다. 이 말은 민 시장이 현재 고양시가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는 자신의 인식을 압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어떻게 다시 뛰게 할 것인가. 민 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교통혁신과 일자리 창출, 미래산업 육성, 지역상권 활성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당선 당시에도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고 결과로 답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취임 이후에는 이러한 방향을 보다 구체적인 산업정책으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고양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서울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는 자족도시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인터뷰에서 민 시장은 경제자유구역을 기반으로 항공우주와 의료·바이오, 인공지능(AI) 분야를 육성해 기업과 일자리가 모이는 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고양은 킨텍스를 비롯한 전시·컨벤션 기반과 의료기관, 대학 등 여러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민 시장의 구상은 이러한 기존 자원에 미래산업을 연결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도시의 산업구조를 바꾸는 일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기업 유치부터 투자, 기반시설 구축, 중앙정부 및 경기도와의 협의, 인재 확보, 실제 고용 창출까지 넘어야 할 단계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선 9기가 제시하는 미래산업 전략 역시 계획의 규모보다 실제 사업 진행 속도와 투자 유치, 기업 입주, 일자리 창출 등 확인 가능한 결과가 중요하다.

지방정부 정책의 최종 목적지는 시민의 일상이다. 거대한 개발사업이나 첨단산업 프로젝트도 시민의 삶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 시장이 선거 당시부터 교통과 일자리, 미래산업, 지역상권 활성화를 함께 강조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일자리는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다. 좋은 일자리가 지역 안에 늘어나면 청년과 전문인력이 유입되고 소비가 늘면서 상권과 주거, 문화 등 도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일자리가 부족하면 시민의 장거리 출퇴근 부담이 커지고 지역 내 소비와 경제활동을 확대하는 데에도 제약이 생긴다. 민 시장이 최근 미래산업 육성과 함께 ‘지역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교통 역시 시민 체감도가 높은 분야다. 민 시장은 경기교통공사 사장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지방선거 당시 GTX와 광역교통망 확충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민선 9기 고양시정에서는 이러한 구상이 실제 시민의 출퇴근 시간 단축과 이동 편의 개선으로 어느 정도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책은 발표할 때보다 집행할 때 훨씬 어렵다. 계획과 예산, 행정절차를 거쳐 실제 시민 생활의 변화까지 연결돼야 비로소 정책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 시장은 고유례를 마친 뒤 “전통의 정신은 이어가고, 고양의 미래는 힘차게 열겠다”고 밝혔다. 전통과 미래. 언뜻 서로 다른 방향처럼 보이지만 도시행정에서는 함께 고민해야 할 가치다.

고양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역사와 문화,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산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가 성장한다는 것이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역이 가진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산업과 사람이 들어올 공간을 만드는 것 역시 도시 경쟁력의 한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고양향교에서 열린 고유례는 민선 9기의 출발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

다만 이제부터는 상징에서 행정으로 넘어가야 한다. 향교에서 다짐한 ‘낮은 자세’가 시민과의 소통으로 이어지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약속이 정책 집행 과정에서 구현되는지가 중요하다.

민선 9기는 이제 출범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 취임 직후 민 시장은 ‘열린고양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소통을 앞세웠고, 이후 산업과 일자리 정책을 중심으로 고양의 미래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고양향교 고유례에서는 다시 시민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이 세 가지 흐름을 연결하면 민선 9기 시정의 방향은 비교적 선명하다.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며, 산업과 일자리를 통해 도시의 자족 기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의 집행 결과에 달려 있다. 경제자유구역과 미래산업 육성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는지, 기업과 일자리가 실제로 늘어나는지, 교통 문제가 얼마나 개선되는지, 지역상권에 활력이 돌아오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소통 행정도 마찬가지다. 시민 의견을 많이 듣는 것과 시민 의견을 정책으로 구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민 시장이 강조하는 ‘현장 행정’ 역시 현장을 방문하는 횟수보다는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가 행정적으로 얼마나 해결됐는지가 중요한 평가 지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고유례는 과거 수령이 선현 앞에서 백성을 위한 정치를 다짐했던 의식이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지방행정의 본질에는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행정의 권한은 시민에게서 나오고, 그 권한은 다시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민 시장은 고양향교에서 “시민께서 맡겨주신 막중한 책임”을 가슴 깊이 새겼다고 밝혔다. 이 말은 앞으로 민선 9기 고양시정을 바라보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취임 초기의 약속이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지 않는지, 시민과 가까워지겠다는 다짐이 일상적인 행정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지, 미래산업과 일자리 정책이 계획을 넘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시민들이 지켜보게 된다.

민 시장은 고유례에서 두 가지 방향을 동시에 제시했다. “전통의 정신은 이어가고, 고양의 미래는 힘차게 열겠습니다.” 그리고 그에 앞서 더욱 짧고 분명한 약속을 남겼다. “멈춘 고양을 다시 뛰게 하겠습니다.” 고양향교에서 올린 고유례가 단순한 취임 의식으로 남을지, 아니면 민선 9기 시정의 방향을 상징하는 출발점으로 기록될지는 앞으로의 행정이 보여줄 몫이다.

결국 시민이 확인할 것은 말이 아니라 변화다. 민선 9기 고양시정은 이제 그 변화를 구체적인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시간에 들어섰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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