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은 부담 아닌 자산”...송연섭 경기도의원, 557만 명의 새로운 미래 설계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 2026-10-15 18:48:32
[이코노미세계] 100세 시대를 맞아 중장년층의 삶을 바라보는 정책적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중장년 정책이 퇴직 이후 재취업이나 단기 일자리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안정적인 인생 후반기를 설계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에서 중장년 정책의 변화는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 내 중장년 인구는 557만 명으로 전체 도민 10명 가운데 4명에 이른다.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퇴직 이후 경제활동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지역의 생산성과 소비, 고용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장년층은 평균 52.9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연금을 받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소득 공백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안정적인 경제활동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아지면서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과 노후 준비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중장년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송연섭 의원은 지난 15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100세 시대, 중장년 정책의 새로운 길을 묻다’ 정책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아 중장년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향후 제도적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중장년 정책에 관심 있는 도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중장년층을 단순한 정책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이끌어 갈 핵심 인적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데 주목했다.
이번 토론회가 갖는 의미는 기존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년 지원체계를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제도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 있다.
경기도는 2023년 전국 최초로 중장년 전담부서를 신설하며 관련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라이트잡과 인턴십 등 새로운 고용지원 모델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퇴직 이후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려는 중장년층에게 경제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토론회에서 남경아 경기도 베이비부머기회과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라이트잡 사업을 통해 3,047명을 지원했으며, 인턴십 사업에서는 정규직 전환율 57.3%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경기도가 추진해 온 중장년 일자리 정책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지원 인원이나 정규직 전환율만으로 정책의 실질적인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고용이 유지되는지, 중장년층의 소득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기존 경력과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로 연결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단기 지원사업이 반복되는 구조에서는 정책 참여자와 기업 모두 장기적인 고용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일자리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고용의 질, 근속 기간, 경력 활용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체계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가 기존 정책의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남경아 과장은 이날 정책의 기본 틀을 기존의 ‘인생이모작’에서 ‘생애전환권’으로 확대하는 중장기 방향안을 제시했다. 이는 중장년 정책을 퇴직 이후의 재취업 지원에만 한정하지 않고, 삶의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보다 폭넓게 검토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으로 해석된다.
다만 생애전환권의 구체적인 지원 범위와 실행 방식, 재정 규모 등은 앞으로 제도화 과정에서 보다 명확하게 정립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지역경제에 미칠 수 있는 효과도 주요 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주제발표를 맡은 최영섭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중장년의 역량 활용 비중을 매년 1%포인트 높이면 해마다 약 1조8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이 분석은 중장년층이 보유한 경험과 기술을 노동시장과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1조8천억 원은 실제 예산 투입액이나 확정된 경제적 수익이 아니라, 역량 활용 확대에 따른 효과를 투자 규모에 빗대어 분석한 수치라는 점에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중장년층은 오랜 경제활동을 통해 산업 현장의 기술과 조직 운영 경험, 전문지식, 인적 네트워크 등을 축적해 왔다. 이러한 자산이 퇴직과 동시에 활용되지 못한다면 개인의 소득 감소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인적자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중장년층의 경험을 기업의 인력 수요와 연결하고, 새로운 산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지역경제의 생산성과 노동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경기도는 지역마다 산업구조와 고용 여건이 다르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장년 정책 역시 일률적인 지원 방식보다는 지역별 산업 수요와 노동시장 환경을 반영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
최 교수는 지역 사정을 잘 이해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경기도가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할 경우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중장년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정책 경험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성과를 검증한다면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참고할 수 있는 정책 모델로 발전시킬 여지도 있다.
그리고 중장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 차원의 정책 방향뿐 아니라 시·군 단위의 전달체계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정토론에 참여한 유인숙 수원시 신중년센터장은 경기도 31개 시·군에 신중년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도비 지원 근거를 조례에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중장년층이 실제 생활하는 지역에서 상담과 교육, 취업 연계 등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이 서로 다른 인구구조와 산업환경을 갖고 있다. 도시지역과 농촌지역,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과 서비스업 중심 지역은 중장년층이 필요로 하는 지원의 내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면 광역 단위의 정책을 지역 현장에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지원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만 모든 시·군에 지원기관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는 운영 예산과 전문인력 확보, 기존 기관과의 역할 조정 등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센터 설치 자체가 정책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며, 실제 이용자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역별 수요를 분석하고 기존 고용·복지 서비스와의 연계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중장년 정책이 지역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의 재정적·행정적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중장년 고용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 운용 방식도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김미선 경기중장년내일센터장은 단기 지원금 중심의 사업만으로는 중장년층의 정규직 채용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 3년 단위의 재정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장년 고용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의 채용 결정과 근로자의 직무 적응,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간 제공되는 지원금만으로 신규 채용을 결정하기 어렵고, 지원이 종료된 이후 발생하는 인건비 부담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중장년 구직자 역시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고 전문성을 발휘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기적인 채용 실적보다 고용 유지와 직무 적응을 중시하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최소 3년 단위의 재정 설계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기업과 구직자 모두 보다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고용과 경력전환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장기 재정 투입에 따른 정책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사업별 성과에 따라 지원 방식을 조정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재정의 지속성과 정책의 효율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향후 경기도 중장년 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중장년층의 경력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양화수 직방 이사는 중장년 정책이 단순히 새로운 취업처를 찾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다시 취업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경력을 어디에 다시 쓰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퇴직 이후에야 재취업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재직 중부터 경력전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중장년층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뒤 다시 진입하도록 돕는 사후적 정책에서, 이탈 가능성을 줄이고 경력의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돕는 예방적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의 재취업 정책은 구직자와 일자리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중장년층은 오랜 기간 축적한 직무 경험과 전문성이 있다는 점에서 청년층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새로운 산업이나 직무로 이동할 때도 기존 경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분석하고, 부족한 역량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 역량 진단, 재교육, 기업 수요와의 연계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층을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축적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경제주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중요한 메시지다.
아울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장년기본법’ 제정 문제도 경기도 중장년 정책의 향후 방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중장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이나 연도별 예산 편성을 넘어 안정적인 법적·제도적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미 2023년 중장년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다양한 정책 모델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향후 국가 차원의 중장년 정책체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경기도의 정책이 전국적인 모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의 성과뿐 아니라 정책의 지속성, 지역 간 형평성, 재정 안정성 등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 중장년 지원정책이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이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구조라면 장기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지원 대상과 서비스 범위, 재정 운영 원칙 등을 제도적으로 정립한다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경기도의회가 추진하는 중장년 지원 조례 개정은 향후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날 토론회를 이끈 송연섭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의원은 중장년 정책의 안정적인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내 중장년은 557만 명으로 도민 10명 중 4명에 이르지만, 평균 52.9세에 주된 일자리를 떠나 연금을 받기까지 10년 넘는 소득 공백을 견뎌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가 먼저 길을 열어 온 만큼, 이제는 사업이 해마다 바뀌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는 안정적인 체계를 갖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장년을 지역경제를 함께 이끌 인적자원으로 바라보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발언은 중장년 정책을 단순한 고용지원이나 복지 차원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장년층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개인의 소득 보전뿐 아니라 지역의 소비 기반과 노동력 유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앞으로 지방정부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송 의원은 이날 제시된 정책 제안을 실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오늘 나온 제안을 꼼꼼히 검토해 추진 중인 중장년 지원 조례 전부개정안에 담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도 본예산 심의에서도 경기도 중장년 정책이 흔들림 없이 이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경기도 중장년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음을 보여줬다. 그동안 경기도가 추진한 라이트잡과 인턴십 사업은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업의 규모와 단기 성과를 넘어 고용의 지속성, 경력 활용도, 지역별 접근성, 재정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인생이모작’에서 ‘생애전환권’으로의 정책 방향 확대는 중장년층을 바라보는 행정의 관점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퇴직 이후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과 삶의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 전반에서 필요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법적 근거를 정비하고, 시·군별 지원체계를 강화하며, 중장기 재정 운용 방안을 마련하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중장년층이 보유한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중요하다. 경기도의회가 추진하는 조례 전부개정안과 내년도 본예산 심의는 이러한 정책 방향이 실제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 557만 명의 경제활동과 삶의 안정은 이제 개인의 노후 문제를 넘어 경기도의 미래 경쟁력과 연결된 과제다. 100세 시대 경기도 중장년 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단기간 제공했느냐보다, 중장년층이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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