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이 예술이 됐다...여주에서 다시 태어난 세종의 한글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 2026-10-02 19:23:17
이충우 시장 “한글 고유의 아름다움에 현대적 감각과 실용성 더해”
[이코노미세계] 한글은 글자에 머물지 않는다. 디자인이 되고 예술이 되며, 한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를 보여주는 문화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세종대왕의 영릉이 자리한 경기 여주시가 ‘한글’을 도시의 문화적 자산으로 확장하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한글의 가치를 계승하는 것을 넘어 한글을 디자인·예술·문화상품과 접목해 여주만의 도시브랜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가 올해 10회를 맞은 ‘전국세종한글디자인공모전’이다. 여주에서는 2일 세종대왕역사문화관을 무대로 ‘제10회 전국세종한글디자인공모전’ 시상식과 전시 개막식이 열렸다. 올해 공모전의 주제는 ‘세종의 마음 한글, 희망의 언어’다.
행사가 열린 장소부터 상징적이다. 세종대왕의 영릉이 있는 여주에서 세종이 창제한 한글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시민과 만났다. 과거의 문화유산과 오늘의 예술, 그리고 미래의 문화콘텐츠를 하나의 공간에서 연결한 셈이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을의 정취가 깊어가는 오늘, 세종대왕님의 영릉이 모셔진 뜻깊은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서 ‘제10회 전국세종한글디자인공모전’ 시상식 및 전시 개막식을 성황리에 개최하게 돼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전국세종한글디자인공모전이 던지는 화두는 분명하다. ‘한글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문자로서의 한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글자의 조형성과 상징성을 디자인과 예술에 접목하면 새로운 문화적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공모전에는 전국 각지 작가들이 창의적인 작품을 출품했다. 최종적으로 61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공예 부문 전영재 작가의 ‘ㄱ, 빛을 품다’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한글의 기본 자음인 ‘ㄱ’을 작품의 언어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도 공모전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글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조형 체계를 가진 문자다.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직선과 곡선, 자음과 모음의 조합은 디자인 측면에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이번 공모전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한글을 ‘읽는 문자’에서 ‘보는 예술’로 확장하고, 다시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장 역시 공모전을 두고 “한글이 가진 무한한 예술적 가치와 문화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한글 고유의 아름다움에 현대적인 감각과 실용성을 더해 준 덕분에 우리 문화의 품격이 한층 더 높아졌다”고 했다.
공모전이 단순한 작품 경쟁을 넘어 한글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여주시가 한글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세종대왕과의 역사적 연결성이다. 세종대왕의 영릉이 여주에 있다는 사실은 다른 지역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여주만의 문화적 자산이다. 여주 입장에서는 세종대왕이라는 역사적 인물과 한글이라는 문화유산을 도시의 현재와 미래로 어떻게 연결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문화유산은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도시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 시민이 체감하고 관광객이 경험하며, 새로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때 비로소 도시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전국세종한글디자인공모전은 여주의 역사적 자산을 현대 문화예술과 연결하는 하나의 접점으로 볼 수 있다. 세종대왕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과거의 유산’에 가둬두지 않고 디자인과 공예, 전시 등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특히 한글은 세대와 계층을 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문화라고 해서 반드시 어렵고 무거울 필요도 없다. 글자 하나가 디자인이 되고, 작품이 되고, 생활용품과 관광상품으로 발전한다면 전통문화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여주시가 스스로를 ‘한글 동행 도시’로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충우 시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여주시의 방향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여주시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한글의 위대한 가치를 계승하는 ‘한글 동행 도시’로서 앞으로도 한글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문화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도록 늘 발맞추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한글 동행 도시’라는 표현에는 여주시가 추구하는 도시 정체성이 담겨 있다. 핵심은 ‘계승’과 ‘확장’이다. 세종대왕과 한글이라는 역사적 자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오늘날의 문화콘텐츠로 재해석해 새로운 도시 경쟁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공모전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도 ‘문화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이다. 지역의 문화자산이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시와 행사의 영역을 넘어 시민의 일상과 관광, 상품,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공모전에서 발굴된 작품이 전시장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연결될 경우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글을 활용한 디자인 상품과 공예품, 관광기념품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이는 이번 행사 자료에 구체적인 사업으로 제시된 내용은 아니며, 공모전이 문화상품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검토할 수 있는 발전 방향이다.
여주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세종의 마음’이다. 올해 공모전 주제인 ‘세종의 마음 한글, 희망의 언어’에는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한글 창제에 담긴 세종대왕의 정신까지 함께 조명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여주시가 한글을 도시브랜드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한글을 단순히 시각적인 디자인 소재로만 활용하면 다른 지역이나 콘텐츠와 차별화하기 어렵다. 반면 세종대왕의 영릉이 있는 여주는 ‘세종의 정신’과 ‘한글’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을 수 있다.
결국 여주가 만들어야 할 브랜드는 ‘한글이 있는 도시’를 넘어 ‘세종의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만나는 도시’에 가깝다. 공모전이 10년간 이어졌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지역 문화행사가 일회성 이벤트에서 벗어나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10회라는 시간은 공모전이 단순 행사 단계를 넘어 다음 단계의 발전 방향을 고민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모전에서 작품을 발굴하고, 전시를 통해 시민에게 공개하고, 다시 한글 문화의 가치를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수 있다.
이번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들은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 수상작 전시는 오는 11일까지 세종대왕역사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시상식으로 끝나는 공모전이 아니라 시민들이 작품을 직접 보고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능성을 체험하도록 한 것이다.
이 시장은 시민들에게 전시 관람도 당부했다. 또 시민들이 세종대왕역사문화관을 찾아 “한글이 전하는 따뜻한 희망의 언어와 예술적 감동을 함께 나누어 보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행사를 마련한 사단법인 세종한글문화포럼과 봉순이 이사장, 관계자와 심사위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문화도시는 행정기관 혼자 만들 수 없다. 작가와 시민, 문화예술단체,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생산돼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전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공모전은 여주와 외부 문화예술인을 연결하는 통로라는 의미도 갖는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문화적 가치가 지역의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다. 문화와 관광, 지역경제는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한 도시를 방문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다. 역사문화자원이 관광으로 이어지고, 관광객의 체류가 소비로 연결될 때 문화자산은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주에는 세종대왕이라는 분명한 역사적 상징이 있다. 여기에 한글 디자인과 공예, 전시 등 현대 문화콘텐츠가 더해진다면 전통적인 역사문화 관광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디자인’은 문화와 산업을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모전 수상작을 통해 한글의 조형성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확장한다면 여주의 한글 정책도 행사 중심에서 도시브랜드 전략으로 한 단계 발전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콘텐츠 발굴이 중요하다. 한 번의 공모전이나 전시만으로 도시브랜드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시민이 일상에서 한글 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관광객 역시 여주에 왔을 때 ‘세종과 한글의 도시’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전국세종한글디자인공모전의 10년은 그런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역 문화정책의 경쟁력은 결국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를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여주는 출발점이 분명하다. 세종대왕과 영릉, 그리고 한글이다.
이제 관건은 이 역사적 자산을 현재와 미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얼마나 새롭게 해석하느냐다. 이번 공모전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가들은 한글을 작품으로 바꾸고, 작품은 전시를 통해 시민과 만난다. 문자였던 한글이 디자인이 되고 공예가 되면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여주시가 말하는 ‘한글 동행 도시’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세종대왕의 도시라는 역사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되 과거에 머물지 않고, 한글을 오늘의 디자인과 예술로 재해석하고 미래의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공모전이 올해로 10회를 맞았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국세종한글디자인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창작 역량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문화콘텐츠로 연결할 것인가. 시민의 참여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그리고 세종과 한글이라는 여주만의 자산을 도시의 문화·관광 경쟁력으로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여주의 새로운 도시브랜드가 될 수 있다. 세종이 백성을 위해 만든 글자 한글.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그 한글은 여주에서 다시 디자인과 예술의 언어로 변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영릉이 있는 도시에서 시작된 ‘한글 동행 도시’의 실험이 한글을 과거의 위대한 문화유산에서 미래의 문화콘텐츠로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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